롯데 새 사령탑, 깜짝 인선 가능성 부상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31 06: 12

한국시리즈가 채 끝나기도 전, 프로야구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감독이 또 한 명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양승호 감독의 의견을 존중,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 한대화, 넥센 김시진 감독에 이어 양 감독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불운의 사령탑으로 남게 됐다. 총 3년 계약 가운데 2년만 채운 것이다.
다음 달 8일로 다가온 아시아시리즈는 권두조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지휘할 예정이다. 관건은 롯데의 새 사령탑 후보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양승호 감독님이 자진사퇴 한 게 바로 오늘이다. 곧바로 후보군을 말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까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은 없다.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계획만 세웠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이 알려진 30일 부산지역 언론에서는 김재박 전 LG 감독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내 놓았다. 또한 각 언론은 롯데의 후임감독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김인식 전 한화 감독, 조범현 전 KIA 감독, 김시진 전 넥센 감독 등 면면이 화려하다. 박정태 타격코치, 권두조 수석코치 등 구단 내부에서 승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롯데가 감독을 선임했던 사례들을 살펴보면 항간의 예상을 깨뜨리는 깜짝 인선이 잦았다. 그 시작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2007년 강병철 감독이 물러난 뒤 숱한 야구계 인사가 물망에 올랐지만 롯데는 자매 구단인 지바 롯데의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을 받아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앉혔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은 강호가 된 현재 롯데의 토대를 다졌다.
2010년 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역스윕을 당한 뒤 로이스터 감독은 지휘봉을 놓게 됐다. 이후 김경문 감독(현 NC)을 시작으로 다양한 인물이 후보로 제기됐다. 이때도 롯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양승호 감독' 카드를 빼든다. LG에서 잠시 감독대행을 했던 게 전부였던 양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잠재우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롯데 구단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오늘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워낙 깜짝 발탁이 잦았던 구단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양 감독이 9월부터 사의를 표명했던 만큼 롯데도 내부적으로 후보군 정리가 끝났을 것이다.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내부정보가 바깥으로 새는 일이 적었다. 최소한 이 과정에서 비밀은 철저하게 엄수됐다. 이는 사령탑 선임에 있어서 구단이 아닌 롯데 그룹의 입김이 강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고위층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많으니 그만큼 새 감독 선별과정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누가 15대 롯데 감독에 취임하든 분명한 건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로이스터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양 감독도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속사정은 경질에 가깝다.
지난 사례를 비춰 본다면 새로이 롯데 지휘봉을 잡을 감독이 느낄 부담감이 막중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롯데가 바라는 건 오직 우승, 최소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롯데가 구미에 맞는 감독으로 누구를 선임할까. 구체적인 윤곽은 아시아시리즈가 끝난 뒤부터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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