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하면 나가라? 감독은 떨고 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0.31 10: 10

올스타전에서 8개 구단은 그동안 동군-서군으로 나뉘어 꿈의 제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최근 5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보면 서군에서는 단 한 팀만이 우승과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경험했을 뿐 나머지 세 팀은 동군 대세의 가을 잔치를 구경만 했다. 그 와중에서 포스트시즌 참가팀들의 사령탑도 최근 2년 간 모두 교체되었다. 각 팀들의 다른 기대치 속 사령탑들은 떨고 있다.
롯데는 지난 30일 "양 감독의 사퇴의사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양 감독은 지난 2011시즌부터 롯데 사령탑을 맡으며 첫 해 후반기 대도약을 통해 팀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함께했다. 올 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두산을 꺾고 13년 만에 롯데의 첫 포스트시즌 상위 시리즈 진출을 이끈 감독이다.
그와 함께 2011시즌 개막을 기준으로 아직 감독직을 유지하고 있는 지도자는 현재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류중일 삼성 감독이 유일하다. 류 감독도 2010년 말 선동렬 현 KIA 감독의 사퇴로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감독 첫 해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기쁨을 안은 지도자. 나머지 7개 구단은 모두 사령탑을 교체했다.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하위팀들의 지도자만이 교체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이만수 감독 체제로 한국시리즈 세 경기를 남겨둔 SK의 경우 지난 시즌 중 김성근 감독의 사퇴를 결정했다. 차기 시즌 재계약을 놓고 감독과 구단 측의 신경전이 시즌 중 터졌다. 이전부터 물밑에서 첨예한 대립이 있던 만큼 김성근 감독이 먼저 재계약 자진 포기를 선언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은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임을 결정했다. 성적 기준이 아니라 재계약 여부를 놓고 터진 구단과 감독의 파워게임이었다.
롯데의 경우는 양 감독의 사퇴 배경에 대해 "2010년 말 감독 계약 당시 향후 2시즌 이내에 팀을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라고 했다. 따라서 롯데 측이 밝힌 양 감독의 사퇴 형식은 '2시즌 간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로 인한 자진사퇴'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리그의 최약체였던 롯데는 강해진 전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포스트시즌 진출만이 아닌 한국시리즈 진출과 그 이상을 바랐고 결과적으로 양 감독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며 중도 하차한 형국이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를 기록한 두산도 지난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의 중도사퇴를 경험했다. 2004년 재임 이래 김경문 감독은 2010시즌까지 단 한 차례(2006시즌)를 제외하고 모두 두산을 포스트시즌으로 견인한 지도자인 동시에 매 시즌 5할 이상의 승률을 보장하던 감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내우외환 속 팀이 7위까지 추락하는 악재를 겪었고 결국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2시즌 상위 4팀, 동군을 구성하는 팀들의 감독 교체에 있어 최근 2년의 시즌 성적이 이유가 된 것은 김경문 감독의 경우 뿐이다.
올 시즌 하위 4팀의 최근 2년 간 감독 교체는 페넌트레이스 성적의 이유가 컸다. 단 KIA의 경우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뒤 시일이 지난 후 조범현 감독의 퇴임을 결정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이범호를 깜짝 영입, 3루 공백을 메우며 구단 자체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으나 시즌 중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일어나며 선두권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고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1승 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 페넌트레이스 6위 넥센의 경우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김시진 감독과의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2007년 전신 격인 현대의 마지막 지휘봉을 잡았고 2008년 말 다시 히어로즈의 감독직을 맡은 김시진 감독.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미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대로 지휘봉을 맡았다. 그러나 전반기를 3위로 마쳤던 넥센이 후반 무너지자 갑작스레 김시진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넥센의 경우는 결국 시즌 성적이 감독 교체 이유가 되었다.
이하로는 마찬가지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 째 가을야구의 관람객으로 전락하고 만 LG는 지난 시즌을 공동 6위로 마치는 과정에서 박종훈 감독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2009년 말 사상 유례가 드문 5년 계약을 맺으며 팀의 리빌딩을 꿈꿨던 지도자였으나 정작 시즌 순위가 하위권을 맴돌자 구단의 인내심도 더 이상 발휘되지 않았다. 박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기태 감독은 시즌 전반기 중상위권에 위치하며 분전했으나 열악한 선수층의 한계, 초보 감독으로서 감정 조절 실패 등 아쉬운 모습을 비추며 7위에 그치고 말았다.
2009, 2010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최하위 굴욕을 맛 본 한화는 한대화 감독을 지난 8월 말 경질했다. 변변한 퓨처스팀 연습 구장이 없었던 한화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주포 김태균, 주축 계투로 기대를 모았던 송신영을 스토브리그에서 수혈하며 대번에 이슈 메이커로 우뚝 섰으나 세 명의 수혈 만으로 팀 전력의 급상승은 없었다. 4월 한 달 간 안방 대전구장의 리모델링으로 보조구장이 위치한 청주에서 한 달 간 사실상 원정팀처럼 살았던 여파도 있는 데다 잇단 수비 실책 등 미숙한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8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다. 서군 4팀의 사령탑 중 3명이 페넌트레이스 성적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팀 마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성적의 양극화 현상에서도 사령탑은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팬 심이 감독 교체에도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네이밍 스폰서 형태로 구단을 꾸리는 넥센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구단은 모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구단을 운영하는 만큼 팬 심에 대해 팀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들도 팀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저마다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기대치에 어긋나면 불평불만이 늘어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단 9개 밖에 없는 특수한 직업이다. 그만큼 일반인이 느끼는 스트레스 그 이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조율하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업임에 틀림없다. '독이 든 성배'. 게다가 이제는 단순히 팀 성적 만으로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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