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양승호 감독 퇴진 파장, ‘이러다 살아남는 감독 한 명도 없겠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0.31 08: 57

한대화(한화 이글스. 8월 28일)→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9월 18일)→ 양승호(롯데 자이언츠. 10월 30일). 2012 프로야구 판에서 3명의 감독이 옷을 벗었다. 물론 성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그것도 성적의 등급에 따라서, ‘어느 구단은 4강 실패, 어느 구단은 우승을 못해서’가 그 뒤에 따라 붙었다.
임기를 남겨둔 프로야구 감독의 퇴진은 해고, 경질(해고의 다른 말), 자진 사퇴 또는 사임이라는 말로 그간의 경과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대개는 자진 사퇴로 포장하지만, 구단 수뇌부와 불화를 빚을 경우 이례적으로 경질(넥센의 경우)로 공표하기도 한다. 감독의 사퇴는 어쩌면 ‘자의반 타의반’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확할 수 있다. 물러나고 싶지 않지만, 구단이 유무언의, 그리고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온다면 버틸 재간이 있겠는가.
해고를 할 경우 구단 측은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장해줘야 하고, 자진 사임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구단의 명시적 강압이나 묵시적 퇴진 압력을 받고 물러나도 역시 인정상(?) 연봉을 주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하지만 해임된 감독이 연봉 보장 기간 동안 다른 구단으로 옮길 경우에는 연봉을 주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가 선동렬 전 감독이 작년 시즌 후 KIA 타이거즈 구단 감독으로 가게 되자 관례대로 남은 연봉을 모두 지급하지 않고 날짜까지 따져서 지급한 사례에서 보듯 ‘칼 같은’ 구단도 있다.  롯데 구단은 양승호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장해주겠다고 밝혔다.

그야 어찌됐든 양승호 감독은 ‘우승을 못해서’ 물러났다. 롯데 구단 측은 감독 퇴진 보도자료를 내면서 ‘우승’을 강조했다. 2년 전 양승호 감독을 데려올 때부터 ‘우승을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롯데 구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장병수 사장이 직접 우승을 독려, 압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유력한 FA 투수 두 명을 잡아줬으니 당연히 우승을 해야 한다는 투였다. 하지만 정대현, 이승호 두 투수는 부상 중이었거나, 준비가 안 된 ‘무기력한’ 투수였다. 시즌 중에는 거의 쓸모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롯데는 4강에도 들어가기 어려운 팀이었다. 간판타자였던 이대호를 일본 오릭스 구단에 뺏기고, 에이스 장원준은 경찰청에 입대해버렸다. 투, 타 핵심전력이 빠진 마당에 우승을 하라니,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였다. 돌이켜보면, 이대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본에 가버린 것은 롯데 구단에 정나미가 떨어진 탓도 있었다. 2011년을 앞두고 구단 측이 연봉 조정 신청에 들어가도록 자존심을 뭉개버렸던 것이다.
롯데 구단은 고위층의 현장 간섭이 아주 심한 구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양승호 감독이 올 시즌 초 ‘우승 노래’를 하는 구단 상층부를 향해 “그러려면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말고 현장에 맡겨달라”고까지 했을까.
부임 초기였던 2011년 봄 롯데는 팀 성적이 부진하자 심지어 선수기용 문제까지 간섭, 현장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권한을 침해한 일이 외부에도 알려지기까지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양승호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 9월 22일 팀이 7연패를 했을 때였다. 그 무렵 양 감독은 “내가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 구단이 판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양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 된 직후인 지난 10월 23, 24일 롯데 구단 배재후 단장과 장병수 사장에게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을 때 그들이 즉답을 주지 않고 시일을 끈 것은 구단 고위층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양승호 감독 해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장병수 사장이 포스트 시즌이 들어가기 전 사석에서 “양승호를 자르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포착됐다. 그 같은 발언은, 롯데 구단 프런트가 ‘우승이 어렵다’고 보고 해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배재후 단장도 “우리 팀은 우승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양승호 감독은 30일 퇴진 직후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진다. 자진 사퇴? 그건 맞다. 하도 우승, 우승하기에 지난 9월에 팀이 7연패를 했을 때 ‘우승을 못하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구단에 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 감독은 사임 후 배재후 단장을 만나 “이대로는 롯데는 우승 전력이 안 된다. 선발투수진이 약하다. 내년에 팀 내 FA도 다 잡아야 하고, 코칭스태프도 보강을 해야 한다.”는 충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떠나지만 롯데의 앞날을 걱정한 것이다.
양 감독은 롯데 감독을 하는 동안 선수들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우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올 시즌 들어서도 선수들이 실수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올 때도 나무라지 않았다. 그 점에선 권두조 수석 코치가 선수들을 질책한 것과 대비를 이루었다.
양 감독은 사임 후 30일 저녁 코칭스태프와 식사를 같이했고, 31일 구단 직원들과 송별자리를 가진 뒤 상경, 당분간 쉴 예정이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 해 플레이 오프에 직행한 후 두 통의 의미 있는 격려 카드를 받았다. 하나는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 다른 하나는 같은 이름을 쓰는 한 기업인이었다. 그런 축하 카드가 ‘우승도 못했는데 무슨 소용인가.’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롯데 구단은 팀이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구단 프런트는 제 할 일을 다했는가.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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