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진정성이 더욱 필요한 WBC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11.03 07: 35

'국민타자' 이승엽(36)이 다시 WBC의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은퇴한 이종범은 지난 2006년 제 1회 WBC 대회에서 주장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일본과의 2라운드 3차전에서 후지카와 규지(한신 타이거스)를 상대로 8회 결정적인 2타점 결승 2루타를 날렸다. 한국의 4강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에게서 현금 2억 원을 격려금을 받았다.
그는 방망이뿐만 아니었다. 해외파와 국내파들이 모두 섞인 팀의 주장으로 탁월한 리더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밝히기를 "메이저리거고 나발이고 필요없어"라고 선언한 뒤 팀을 이끌었다고 했다. 사실 이것이 한국팀 4강의 힘이었다.

당시 이종범은 36살이었고 이승엽은 30살의 팔팔한 나이었다. 이승엽은 일본과의 아시아라운드 결승전에서 8회 역전 투런홈런을 날려 팀을 예선 1위에 올렸다. 미국 본선대회까지 모두 6개의 홈런을 날려 4강의 일등공신이었다. WBC 활약을 발판삼아 요미우리에서 41홈런, 108타점을 올렸고 30억 엔의 잭팟을 터트렸다.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쳐 국민타자라는 칭호를 받았다.
7년의 세월이 흘러 이승엽은 대표팀 맏형의 바통을 받을 듯하다. 37세가 되는 내년 3월 WBC 대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8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에 복귀해 타율 3할1리, 21홈런, 85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힘을 발휘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 선제 투런홈런, 6차전 3타점 3루타로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자신은 생애 첫 MVP를 수상했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타격만 일조한 것은 아니었다. 초심과 진정성을 갖고 야구에 대한 강렬한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후배들의 교감이 되었다. 어떤 플레이든 그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했다. 이같은 이승엽의 모습은 경외감까지 들 정도였다. 내년 WBC 대회에서 이승엽에게 주목하는 이유이다.
이번 3회 WBC 대회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역대 대표팀 전력 가운데 가장 약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투수진의 약화가 눈에 띤다. 이런 가운데 쿠바가 가세해 일본과 함께 4강 티켓을 놓고 다툰다. 대만 호주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의 성적을 이어야 되는 부담감이 크다.
이승엽에게는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국제대회이다. 그러기에 한국시리즈와 같은 진정성을 갖고 대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자리가 주전이든 혹은 벤치이든 그는 고맙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국민들은 이승엽이 WBC의 지주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그 능력을 한국시리즈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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