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년 차 감독들 운명 걸린 한 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1.05 10: 58

통상 프로야구 감독들은 구단과 3년 계약을 맺는다. 팀 파악을 하고 자신의 색깔을 내는 데 못 해도 3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고 적시적소에 투입하며 유망주를 투입, 세대교체까지 이루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짧을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프로야구 감독들에게 '임기 3년'이란 넘지 못할 산이다. 정확하게 2년 전인 2010년 8개 구단 감독들이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김성근, 선동렬, 제리 로이스터, 김경문, 조범현, 한대화, 김시진, 박종훈 감독 등 모두 지휘봉을 놓고 물러났다. 그나마 선 감독이 KIA로 보금자리를 옮겨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만 해도 3명의 감독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 혹은 경질의 방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신호탄은 한화 한대화 전 감독, 3년 계약 마지막해 정규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곧이어 넥센 김시진 전 감독은 재계약 첫 해 경질을 당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롯데 양승호 전 감독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갔지만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구단 고위층의 힘이 강한 이른바 '프런트 야구'가 유행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파리 목숨'이 된 감독들의 운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인내심 보다는 조급함이 앞서고 있는 현재 프로야구에서 기대만큼 팀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감독이 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2013년 취임 2년차를 맞이하는 감독들이다.
일단 내년시즌 초임감독은 최소한 1년은 보장받는다. 한화 김응룡 감독, 넥센 염경엽 감독, 그리고 롯데의 새 감독은 취임 첫 해다. 또한 부임 후 2년 연속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삼성 류중일 감독은 내년이 3년 차인데 이미 이뤄놓은 성과가 있기에 임기보장은 물론이고 재계약까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4개 구단 감독들은 내년이 2년차다. SK 이만수 감독, KIA 선동렬 감독, 두산 김진욱 감독, LG 김기태 감독이 그 대상이다. 일단 이만수 감독은 2년 연속 SK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는 점은 충분히 어필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전임 감독이 워낙 많은 성과를 남겼기에 내년시즌 도중 우승권 경쟁에서 멀어지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팀 레전드 출신인 선동렬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부상선수가 속출해 반강제적으로 리빌딩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만약 KIA가 내년에도 4강 문턱에서 오르내리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올해 팀을 다시 4강으로 이끌었다. 그렇지만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일본에서 건너 온 이토 쓰토무(현 지바롯데 감독)를 수석코치로 둬 구단의 입김을 많이 받았지만 내년에는 온전히 자신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LG 김기태 감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고군분투했다. 그렇지만 10년 째 가을야구에 실패하고 있는 LG에 내년에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자리가 위험하다.
올해 초임 감독이 팀을 맡았던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즌이 끝난 뒤 "올해는 1년 차라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내년은 그런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감독의 능력과 팀 성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감독들에게 부임 2년차는 계약기간을 채울 수 있는지 여부에 분수령과도 같다. 그들의 '생존 게임'이 내년 프로야구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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