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텍사스 경쟁, 류현진 어디로 가는게 더 좋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10 07: 21

과연 류현진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류현진(25·한화)의 포스팅이 미국 현지 시각으로 공식 마감됐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팀은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다. 두 팀 모두 지역 언론에서 류현진의 구체적인 몸값을 언급하며 구단의 높은 기대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컵스와 텍사스에 비해 관심도는 낮다. 컵스와 텍사스. 만약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면 어느 팀이 더 좋을까.
▲ 컵스, 기회 보장이 된다

순종 2년이었던 1908년 이후 105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하고 있는 컵스는 1945년을 끝으로 '염소의 저주'에 시달리며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빅마켓 팀이지만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루징 시즌을 보냈고, 올해는 61승101패 승률 3할7푼7리로 30개팀 중에서 29위에 그쳤다. 팀평균자책점 4.51로 이 부문 전체 24위이고 선발진 평균자책점도 4.52로 23위. 10승 투수가 없다.
제프 사마자가 올린 9승이 팀 내 최다승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뛴 저스틴 저마노가 2승10패 평균자책점 6.75라는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12차례 선발등판 기회를 얻을 정도로 선발진이 구멍났다. 사마자를 비롯해 트레비스 우드, 맷 가르자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기회 보장 차원에서라면 컵스만한 팀이 없다. 컵스라면 성적에 큰 부담없이 풀타임 선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팀이 약하다. 사마자는 퀄리티 스타트 17경기에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지만 9승13패로 패가 더 많았다. 올해 컵스는 팀 타율(0.240·26위) 출루율(0.302·29위) 장타율(0.378·27위) 홈런(137개·23위) 득점(3.8점·28위) 모두 리그 평균 이하였다. 알폰소 소리아노, 스탈린 카스트로, 데이비드 데헤수스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협적인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자칫 한화에서처럼 호투하고도 승리하지 못하는 아픔이 반복될 수 있다.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는 외야의 담쟁이덩굴로 낯익은 곳이다. 좌우 거리는 108m로 길지만 중앙 펜스가 122m로 짧다. 좌우중간 거리도 112.2m 불과, 외야 펜스가 직선 형태로 돼 홈런이 많다. 여기에 바람이 외야 쪽으로 부는 날에는 투수에게 더욱 불리하다. 홈런 허용이 많은 류현진에게 다소 위험할 수 있는 구장이다.
하지만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로는 전문 타자를 1명 덜 상대하는 프리미엄이 있고, 타석에서도 한 방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좌투우타의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인 2005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홈런 레이스에서 7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오른 바 있다. 파워 배팅이 가능한 타자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흥미를 줄 것이다. 
▲ 텍사스, 우승 가능한 강팀
류현진은 "이왕이면 이기는 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한화에서 2008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고 최근 4년 사이 3번이나 최하우에 그쳤다. '고독한 에이스'는 류현진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수식어였다. 그런 점에서 컵스보다는 텍사스가 류현진에게 매력적인 팀이 될 수 있다. 텍사스는 올해 후반기 부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했지만, 2010~2011년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을 차지할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서 언제든 우승이 가능하다.
텍사스의 최대 강점은 가공할 만한 화력이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5.0점으로 30개팀 중 전체 1위다. 팀 타율(0.273·3위) 출루율(0.334·4위) 장타율(0.446·2위) 홈런(200개·5위) 모두 리그 전체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조쉬 해밀턴(43개) 애드리언 벨트레(36개) 넬슨 크루즈(24개) 마이크 나폴리(24개) 등 20홈런 타자가 4명이나 된다. 해밀턴과 나폴리가 FA로 풀렸지만 전통적으로 강타선을 자랑한 팀이라 투수 지원이 화끈하다.
여기에 선발진도 탄탄한 편이다. 맷 해리슨(18승) 다르빗슈 유(16승) 데릭 홀랜드(12승) 등 10승 투수가 3명이나 되는데 이들의 자리는 확정적이다. 왼손 유망주 마틴 페레즈와 스캇 펠드먼 그리고 선발 전환환 불펜 요원 알렉시 오간도 등과 4~5선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올해 부상으로 후반기에 빠진 콜비 루이스까지 돌아오면 선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해리슨·홀랜드 등 검증된 왼손 선발들이 있다는 점에서 류현진이 확실한 선발 기회를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 
텍사스의 홈구장 레인저스볼파크도 '투수들의 무덤'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무더운 텍사스 지역답게 땡볕더위와 싸워야 한다. 여름에는 체감온도가 40도를 넘을 정도.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다. 다르빗슈가 체력 문제에 발목 잡힌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에 내야에서 우측 외야로 부는 '제트 기류' 영향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일본에서 2010~2011년 2년 연속 피홈런 5개에 불과했던 다르빗슈는 올해 14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올해 피홈런이 눈에 띄게 증가한 류현진으로서는 부담스런 구장이다. 여기에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다. 9명의 타자들을 상대로 전력투구해야 한다. 내셔널리그보다 부담이 크다. 한국에서 하위타선 상대로는 힘을 빼고 맞춰잡는 피칭을 펼쳤던 류현진이지만 메이저리그는 어느 한 타자로 쉽게 볼 수 없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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