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시즌2, 서태지 건드리면 큰일 나?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11.13 08: 20

이른바 '대박 드라마'라고 하면 으레 시즌2 요청이 따라붙기 마련. tvN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의 신원호 감독 역시 시즌2를 내놓으라는 안팎의 성화에 고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응답하라'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찍었고 서인국 정은지 이시언 호야 신소율 등 출연진 대부분이 '응답하라' 출연 전과 후로 연예인으로서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할 만큼 성장했다. 작품도 잘 되고 배우들도 흥이 나는 이런 케이스, 지상파까지 통틀어 한해에만 수십 편의 드라마가 쏟아지지만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어쩐지 B급 취급 받던 케드(케이블 드라마)의 자존심도 드높였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원호 감독표 시즌2의 탄생을 필연으로 여길 밖에. '응답하라'를 본방 사수했던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았던 1997년을, 2005년을... 어찌 그렇게 실감나게 그려냈느냐고. 1994년도 다뤄보면 어떻겠느냐, 2002년의 얘기는 어떻겠느냐며 시즌2를 강력 요청하는 폐인들의 목소리가 꾸준하다.
-아무래도 방송사 내부에서는 시즌2에 대한 논의가 절실한 듯 보인다

예를 들면 이승엽을 데려왔는데 그가 축구를 한 격이다. 난 KBS 출신 예능 PD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버라이어티(예능)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드라마를 한다고 하니까 처음엔 회사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제는 시즌2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솔직히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시즌2는 하고 싶지 않다. 속편이란 것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일단은 안티를 안고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즌1의 그림자에 기대어 시즌2를 한다는 '오명'을 안고 시작하는 것 같다. 아무리 시즌2가 신선하고 좋아도 온전한 평가를 잘 못 받는 것 같다. (KBS에서 '남자의 자격' 연출하면서 합창단 시즌2 했을 때도 그랬다)
(이우정)작가랑 얘기를 해봐도, 시즌1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는 그 지점이 발견되면 하겠지만... 찾지 못하면 시즌2를 하는 것을 전제로 (억지) 회의를 하진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소재, 지점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와 작가가 모두 94학번이라 그 시절을 다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한 적 있었다.
또 다른 지점이라면 '서태지 시대'도 있긴 한데.. 사실 서태지 역시 내 주변에 좋은 소스들이 많다. KBS에서 함께 일했던 PD도 있고 작가들 중에도 있고. 서태지 팬이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태지의 경우, 팬덤만의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 행동력 자체도 다르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하하하. 차차 논의를 해보고 앞서 다뤘던 H.O.T나 젝스키스와 또 다른 그림이 발견된다면 해볼 수도 있겠다.
-1997의 캐스팅이 좋았는데,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이 멤버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워낙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깨끗이 끝내는 걸 좋아하다보니 너무 완벽하게 끝내버린 것 같다.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인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그 출연진을 그대로 이어가는 건 시즌1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고. 1~ 2명 정도는 페르소나 식으로 해서 데려가고 다른 인물들을 붙여서 가보면 좋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이다. 하하.
-그래서 서인국, 정은지 등 친구들은 작품 끝난 후에도 신 감독에게 자주 연락이 오나
물론이다. 은지는 무슨 일만 생기면 문자메시지로 상의를 해온다. 인국이랑 (이)시언이도 늘 연락이 오고.. 우스개처럼 '2학년 올라갔으면 2학년 친구들과 놀아라'고 말하기도 했는데...하하. 친구들이 착하기도 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고 그래서 인지 자주 연락이 오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1, 2회가 나간 직후부터 반향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영화 흥행 터지는 듯한 분위기로 흘렀다
음... 단적인 예로 기자분들 전화 오는 게 달랐다. 보통 기자들이 전화가 오면 느낌이란 게 있다. 예전에 '남자의 자격' 할 때는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고 잘 모르지만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더라. 100명이면 99명이 기자 이전에 애청자로서 전화를 걸어오신 거다. 진짜로 '응답하라'가 좋아서 전화를 걸고 궁금해 하고 기사를 쓰는 게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것부터 달랐던 것 같다. 하하.
-시즌2 가능성을 포함, 차기작이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쪽이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다. 드라마 끝나고 회사의 높은 분들과 점심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시즌2는 1994년을 배경으로 할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 농담인 줄 알고 '네'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어가는 분위기다. 드라마 등 큰 사이즈의 프로그램을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앞서 말했지만 모든 게 미정이다. 정작 지금으로서 내가 해보고 싶은 건 작은 버라이어티 같은 거다.
-작은 버라이어티라면 어떤 것을 말하나
주중 버라이어티 같은 것들. 뭐 과거 KBS '해피투게더'에 '쟁반노래방' 같은 것처럼 귀여운 콘셉트 하나 가지고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그런 것들... 그런데 지금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너무 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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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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