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 “불길한 13? 내게는 위대한 숫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01 10: 30

“다들 안 좋은 번호라고 생각하잖아요. 13일의 금요일도 있고 대체로 불길하게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달고 싶어지더라고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13번 선수는 바로 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 FC)이다. 한국 축구사의 한 획을 그은 박지성은 2005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13번을 배정받았고 지난 7월 9일 퀸즈파크 이적 전까지 맨체스터의 13번으로 잘 알려졌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등번호이기도 한 13번.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손시헌(32)도 야구팬들에게 알려진 ‘13번 스타’다.
선린인터넷고-동의대를 거쳐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하고 야구를 놓을 위기에 놓였던 손시헌은 두산의 신고선수 입단 제안을 받아들여 2003년도 데뷔, 그해 후반기부터 1군 출장 기회를 얻었고 차차 기회를 늘려가며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우뚝 섰다. 2005년에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상무 제대 후 첫 시즌이던 2009년에도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연습생 신화’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내년이 2013년도네요. 게다가 제 등번호도 13번이고. 제가 좋아하는 숫자인 만큼 꼭 잘 하고 싶어요”. 13번은 ‘13일의 금요일’ 등 대중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오히려 불길한 번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손시헌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달았던. 야구 인생을 대변하는 번호 중 하나다.
“학교 다닐 때도 13번이었고 신고선수로 입단했을 때도 13번이었어요. 제가 박지성,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원조 13번’이라니까요.(웃음) 외국에서 안 좋게 생각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더 달고 싶었어요. 어쨌든 사람들에게 더욱 각인이 되는 숫자니까요”.
뒤이어 손시헌은 김진명 작가의 소설 의 한 구절을 이야기했다. “아버지께서 그 책을 읽으시고 제게 이야기해주신 것이 있었다”라며 ‘13의 비밀’이라는 내용을 언급한 손시헌은 “미국이 처음 건국될 때의 별 13개와 1달러 지폐에 새겨진 13층 피라미드, 독수리 부리의 활 13개, 올리브나무 잎 13개 등에 대해 이야기하시더라. 그저 불길한 숫자만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아버지께서 그 말씀을 하셨던 때가 대학 졸업반 시절이었어요. 그 때 ‘내가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고. 13번 말고도 다른 번호를 달았던 때도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시작할 때 달았던 번호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그저 불길한 숫자는 아니라 속내를 들춰보면 위대한 숫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10년 전 동의대 4학년 시절 13번을 다시 달고 마음을 다잡은 손시헌. 그리고 지금은 그 13번을 10년 넘게 달며 두 번의 골든글러브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그리고 내년 2013년 그는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다른 이들에게 불길하다던 13번은 이미 그 이전부터 손시헌에게는 위대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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