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골든글러브 잔혹사 역대 그 사례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2.12 07: 03

2012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최대의 이변은 최고 선발투수로 군림한 브랜든 나이트(넥센)의 탈락이었다. 평균자책점·투구이닝 1위와 다승·승률 2위에도 불구하고 1승차로 다승왕을 차지한 장원삼(삼성)에게 7표차로 밀렸다.
하지만 역사를 놓고 보면 이변이 아닐지도 모른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래 골든글러브를 받은 선수는 10명. 시즌을 마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선수들에게 웬만해서는 황금장갑이 주어지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골든글러브 잔혹사는 자주 있어온 일이다. 역대 사례가 말해준다.
▲ 1998년 우즈

시즌 MVP는 곧 골든글러브 수상을 의미했다. 수비율로 시상한 원년을 1982년 원년을 제외하면 30년간 시즌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사례는 딱 한 번 있었다. 1998년 OB 타이론 우즈가 유일한 예외에 해당한다. 그해 우즈는 타율 3할5리 42홈런 103타점을 기록,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타점왕까지 가져갔다. 외국인선수로는 당당히 첫 MVP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삼성 이승엽에게 밀렸다. 이승엽도 타율 3할6리 38홈런 102타점으로 활약했으나 우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2000년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받은 우즈는 2001년에도 1루수로 이승엽과 재대결했으나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간 그에게 또 한 번 완패를 당했다.
▲ 1999년 데이비스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호타준족 제이 데이비스가 있었다. 데이비스는 타율 3할2푼8리 172안타 30홈런 106타점 35도루 9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타고투저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30-30 클럽은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한화의 우승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골든글러브 외야수 한 자리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외야수 부문은 정수근(두산)-이병규(LG)-호세(롯데)에게 돌아갔다. 정수근도 타율 3할2푼5리 164안타 2홈런 55타점 57도루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데이비스의 성적이 워낙 좋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 그는 2005년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 2001년 호세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는 역대로 손에 꼽을 만한 시즌을 보냈다. 타율 3할3푼5리 36홈런 102타점. 특히 1위를 차지한 출루율 5할3리는 역대 통틀어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정작 골든글러브에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같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LG 양준혁이 타격왕(0.355) 타이틀을 앞세워 압도적인 차이로 황금장갑을 가져간 것이다. 양준혁은 14홈런 92타점을 올렸으나 호세에 비해 타율과 안타를 제외하면 모든 기록에서 뒤져있었다. 팀 성적도 롯데나 LG나 4강 탈락은 같았다. 하지만 양준혁의 인기와 호세의 시즌 막판 폭력 사태라는 변수가 표심을 갈라놓았다.
▲ 2002년 페르난데스
SK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빼놓아서는 안 될 선수가 바로 호세 페르난데스다. 그는 2002년 타율 2할8푼1리 45홈런 107타점으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이승엽-심정수와 함께 홈런왕 3파전을 벌였다. 그러나 골든글러브에서는 타율 3할1푼1리 17홈런 76타점을 기록한 삼성 김한수에게 힘 한 번 제대로 못쓰고 졌다. 견고한 핫코너 수비를 자랑한 김한수는 그해 우승팀 삼성의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었다. 페르난데스는 타격 성적에서 월등했으나 개인 타이틀이 없었고, 약체 SK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 2009년 페타지니
LG 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로 남을 로베르토 페타지니는 2009년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출루율 4할6푼8리로 이 부문 타이틀을 가져가기도 했다. 비록 소속팀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명타자로서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는 롯데 홍성흔의.완승으로 끝났다. 홍성흔은 타율 3할7푼1리 12홈런 64타점으로 롯데의 4강행을 이끌었다. 시즌 막판 정정당당한 승부 끝에 타격 2위에도 올랐다. 그러나 타율·안타를 제외한 모든 기록에서 페타지니가 앞섰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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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호세-페타지니(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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