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예능인이 절반?..'연예대상'이 남긴 고민은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12.23 10: 18

이제 연예대상은 더 이상 예능인들의 축제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정통 코미디언이나 예능 MC들 사이로 배우와 가수들이 섞여 있어 마치 연기대상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배우나 가수, 아이돌들이 적극적으로 예능판에 뛰어들면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가요 축제나 연기대상 시상식장이 아닌데도 내로라하는 톱 배우나 유명 아이돌이 무대에 오르고 상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난 22일 개최된 2012 KBS 연예대상은 이른바 비(非)예능인(배우, 가수 등)들의 활약상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향후 정통 예능인들의 입지에 대한 고민의 불씨를 당겼다. 올해도 역시 코미디, 쇼오락 부문으로 구분된 수상 내역에는 한 해 동안 안방극장을 목 놓아 웃긴 비예능인들의 이름이 가득했다.

먼저 쇼오락 MC 남녀 신인상에 주상욱('남자의 자격')·주원('1박2일'), 수지('청춘불패2')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최고의 엔터테이너상은 무려 3개 부문으로 세분해 신현준('연예가중계', 유희열('유희열의 스케치북'), 차태현('1박2일')에게 상을 안겼다. 또 쇼오락 여자 우수상은 황신혜('패밀리')가 차지했고 남자 최우수상은 김승우('1박2일', '승승장구')에게 돌아갔다.
전체 수상자 리스트를 볼 때 사실상 코미디 부분만이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의 차지였을 뿐,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비예능인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그만큼 공채, 특채 출신 코미디언들이 '개그콘서트' 외에는 활동 반경이 좁다는 얘기다. 반면 연기 혹은 노래가 주업인 비예능인들이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를 장악해 입지를 굳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몇 년간 심화됐다. 개그맨들의 밥그릇 문제가 예능국의 고민이 된지도 오래다. 오로지 개그맨, 코미디언만을 위한 무대는 점차 '개그콘서트'만이 유일하고 그 외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 등 예능 프로그램은 가수나 배우, 아이돌의 차지가 됐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춘 끼 있는 스타들의 영입, 그로 인한 시청률 재미의 달콤함이 방송사를 유혹했다.
이날 대상의 영광을 안은 신동엽은 "90년대에 몇 번 상을 받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시상식에) 안 갔었다. 그때는 연예대상이 아니라 연기대상에 한 꼭지가 있었다. 한 번 간 뒤 마치 객(客)인 것 같아 어색해서 안 갔었다"라고 말하며 지금의 감격을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최고의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차태현은 "영화가 500만 관객을 모으고 드라마 '전우치'가 선전하고 있지만 연예대상 자리 밖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몇 년 간 연예대상에서 서고 싶다는 다소 씁쓸한(?) 소감을 털어놔 여운을 남겼다. 
신동엽의 과거 경험과 달리, 지금의 연예대상은 배우나 가수들이 참석해도 손님 같지 않은, 마치 모두의 잔칫집 같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도 '1박2일'의 김승우 엄태웅 차태현 성시경 주원과 '남자의 자격' 주상욱을 비롯해 많은 배우와 가수, 아이돌들이 자리해 수상의 영광을 안고 서로를 축하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시청률 보장 면에서 다양한 영역 스타들의 예능 진출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코미디가 아니고서는 수상 기회를 노리기 힘든 개그맨들의 존재감과 입지에 대한 숙제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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