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데이터야구] WBC 후유증은 존재하는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2.24 06: 53

WBC 후유증은 존재하는 것일까.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를 놓고 말이 무성하다. WBC는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대회 시기에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치러지는 대회라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06년 1회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에서 투수와 야수로 분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유추한 결과 투타 모두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스타급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빠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투수들에게는 잔혹한 WBC

2006년 WBC에서 한국은 국내파 7명, 해외파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2005년 도합 평균자책점은 3.60.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비롯해 손민한·배영수·박명환·오승환 등 두 자릿수 승수 투수가 5명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2006년 도합 평균자책점은 3.67로 소폭 상승했으며 10승 투수는 손민한이 유일했다. 오승환·정재훈이 커리어 하이 시즌 보내고, 구대성·전병두는 각각 노익장과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선발들을 중심으로 대다수 투수들이 2005년에 비해 하향세를 보였다.
특히 빅리거들이 직견탄을 맞았다. 박찬호·김병현·서재응·김선우 등 빅리거 투수 4명의 성적은 2005년 31승25패1홀드 평균자책점 4.72에서 2006년 18승32패1홀드 평균자책점 5.27으로 성적이 나빠졌다. 박찬호에게는 마지막 선발 시즌이 됐고, 김선우에게는 아예 마지막 빅리그 시즌이 됐다. 서재응은 2005년 뉴욕 메츠에서 8승2패 평균자책점 2.59으로 활약했으나 2006년 LA 다저스-탬파베이에서 3승12패 평균자책점 5.33으로 급격한 추락을 겪었다.
2009년 WBC에서는 이 같은 징후가 조금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9년 WBC에도 투수가 13명 선발됐고 해외파는 임창용이 유일했다. WBC 투수 13명은 2008년 총 1521이닝을 던지며 116승58패102세이브51홀드 평균자책점 2.75의 성적을 합작했다. 10승 투수 8명, 규정이닝 투수 7명. 그러나 2009년에는 도합 95승69패80세이브66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3.58로 상승했다. 10승 투수는 4명으로 절반이 줄었고, 규정이닝 투수도 4명이 줄어든 3명밖에 되지 않았다.
손민한·오승환·김광현은 시즌 중반 부상으로 낙마했고, 장원삼은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손민한은 WBC 이전부터 통증을 안고 있었고, 김광현도 타구에 손등을 맞는 불의의 부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빼도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2008년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윤석민도 시즌 초반 구위 난조와 함께 선발-마무리를 오가며 힘겨운 해를 보냈다. 류현진도 데뷔 후 최다패 시즌을 치렀고, 봉중근마저도 시즌 막판 피로누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전년도보다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임창용과 정대현 그리고 임태훈까지 3명에 불과했다. 상당수 투수들에게 WBC 참가는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낳았다. 
 
▲ 야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야수들에게 WBC 참가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먼저 2006년에는 총 18명의 야수들이 참가했다. 2005년 18명의 선수들이 기록한 평균 타율은 2할7푼9리. 226홈런 1042타점 162도루를 합작하며 OPS 0.794를 마크했다. 그러나 2006년 이들의 평균 타율은 2할7푼으로 떨어졌으며 193홈런 867타점 106도루로 누적 기록도 감소했다. OPS도 0.757로 0.037이 하락했다. 규정타석 타자도 13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2006년이 투고타저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WBC 참가 야수들의 힘은 분명 약화됐다.
특히 아시아예선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다 어깨가 탈골된 김동주가 재활을 하느라 43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이종범이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최초의 한국인 타자 빅리거 최희섭도 2006년 내내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2005년이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이 되어버렸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을 비롯해 박진만·이범호·박용택·조인성·홍성흔·정성훈 등 7명의 선수가 전년도 비해 OPS가 상승했을 뿐 나머지 11명의 타자들은 OPS가 떨어졌다.
2009년에도 해외파 추신수를 포함 15명의 야수들이 WBC 대표팀에 참가했다. 2008년 15명의 WBC 야수들의 평균 타율은 3할6리였으며 167홈런 938타점 258도루를 합작했다. OPS 역시 0.845로 수준급. 그러나 타고투저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2009년 평균 타율은 2할9푼4리로 전년도에 비해 1푼2리 감소했다. 홈런이 200개로 늘어나 OPS도 0.849로 소폭 상승했지만, 843타점 211도루로 누적 기록은 감소했다. 무엇보다 평균 출장 경기수가 114.5경기에서 105.7경기로 줄었다.
김태균·이용규·이종욱·강민호·박경완 등이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쓰러진 탓. 경기 중 불의의 부상이었지만 공교롭게도 WBC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선수들이었다. 2008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가 12명이었지만 2009년에는 7명으로 줄었다. 2008년 100경기 미만 야수도 추신수·이진영 뿐이었으나 2009년에는 부상자 속출과 함께 7명으로 늘어났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게 부상이지만 피로 누적에 따른 집중력 저하도 부상 유발 요인 중 하나. WBC 참가는 야수들에게도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것도 국가대표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이자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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