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일색' 용병, 다양성 없는 이유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2.28 14: 00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각 구단들이 내년을 위한 외국인 선수 영입을 속속 마치고 있다.
두산, LG, NC를 제외한 6개 팀이 모두 2명 씩의 외국인 영입을 끝낸 가운데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전원 외국인 투수였던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역시 모두 투수로 꾸려질 전망이다. 지난해 넥센을 떠난 외야수 코리 알드리지 이후 외국인 타자는 찾아볼 수 없다.
아직 외국인 선수 영입을 끝내지 못한 세 팀도 현재 선발 투수들과 재계약을 추진하거나 새 선발감을 찾을 예정이다. 올해 스캇 프록터를 마무리로 기용했던 두산은 프록터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면서 선발투수를 찾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년에는 전원 투수뿐 아니라 전원 선발투수도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국내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은 점차 단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구단이 투수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점차 우리나라 투수들의 실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최근 넥센에서 알드리지를 기용했던 김시진 롯데 감독은 "토종 투수들의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아지면서 외국인 타자들이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외국인 타자들의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라이언 가코는 58경기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알드리지는 그해 20홈런 73타점을 올렸지만 타율이 2할3푼7리로 부진했다. 지난해 한화로 돌아왔던 가르시아 역시 18홈런 61타점 타율 2할4푼6리의 성적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렇다면 투수 중에서도 왜 선발일까. 구단들이 선발투수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두 명으로 제한된 외국인 선수를 비교적 비싼 값에 데려오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역할을 줘야 한다. 소화 이닝도 적고 언제 낼지 모르는 중간투수로 기용하기에는 효율성이 낮다. 확실하게 경기를 책임져줄 수 있는 이닝 이터를 구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몸이 무기인 만큼 몸상태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미국은 중간투수들도 소화 이닝과 등판 날짜를 확실히 관리해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용병들에게 이틀, 사흘씩 연투하라거나 몸만 풀고 경기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결국 확실한 성적을 요구하는 구단과 확실한 관리를 희망하는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나타나는 것이 선발 선호 현상이다. 최근 토종 선수들이 선발 에이스로 자리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외국인 선발이 늘어나는 이유다. 보통 한 명의 신인 투수를 선발감으로 키우려면 3~5년을 지켜봐야 한다. 그 사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현재 넥센, 한화, LG 등이 확실한 토종 에이스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어린 투수들이 커줘야 하지만 공통적으로 최근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 상황 상 '구원자'가 필요하다.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선발투수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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