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고 부활’ 조련에 나선 백인천, ‘야구 후예’ 최시찬 뜬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2.28 11: 56

한국프로야구 사상 유일무이한 4할 타율(1982년 4할1푼2리)의 주인공인 백인천(69) 전 LG 트윈스 감독은 요즘 모교인 경동고 후배들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다.
경동고는 근년 들어 서울시내 고교 야구부 가운데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안타까워한 백인천 전 감독이 보다 못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11월1부터 일주일에 2회 가량, 하루 5시간씩 후배들을 붙잡고 체력단련과 타격 요령 등을 집중 조련하고 있다.
유난스레 추운 올해 겨울철임에도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백전노장이 앞장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다그치니, 안 따라올 수가 없다. 처음에는 무력감과 패배의식에 절어 있던 선수들이 점차 생각을 바꾸고, 훈련의 재미와 보람을 찾아가자 백 전 감독도 더욱 신명나서 후배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팔과 다리에 알이 배기고, 훈련 때마다 허덕거리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눈빛이 살아나고 있다.

그들에게 백인천 전 감독은 전설과도 같은 아득한 존재일 터. 일본 프로야구 시절부터 터득한 비법을 아낌없이 전수하니 선수들도 차츰 타격의 오묘한 맛을 깨달아가고 있다.
백인천 전 감독이 후배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정신집중과 체력 단련이다.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정신도 허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티 배팅에 들어가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외치는 소리가 있다. 
“챔피언!!!”
영문도 모르고, 모기소리를 내던 선수들이 이젠 목울대 저 너머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로 우렁차게 외친다. 자신감이 듬뿍 배어 있다.
백인천 전 감독은 후배들에게 수시로 주입한다. “목표는 우승이다. 힘 빼고 날카롭게 돌려라. 소리가 없다. 기합을 넣어라”고.
타격의 달인답게 백 전 감독은 배트를 특별 주문 제작해 후배들에게 나누어 줬다. 950g부터 1kg, 가장 무거운 것은 1300g에 이른다. 고교 선수들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무게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배트 두 자루씩 배분했다. 그 배트에는 백인천 전 감독의 사인과 함께 ‘노력자애(努力自愛)’라는 좌우명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백 전 감독의 배트 감각 익히기는 독특하다. 그가 이미 LG나 삼성 감독 시절 프로선수들에게 가르쳤던 방법을 되살려서 하고 있다.
우선, 선수들이 한명씩 돌아가면서 열까지 세면서 배트를 들고 십자모양으로 휘두르게 한 다음 배트를 한 손으로 들고 흔드는 훈련과 두 손으로 쥐고 흔드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반복 실시한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풍기고 절로 신음소리가 날 지경이다. 나중에는 아예 한손으로 배트를 들고 서있을 수도 없게 된다. 그만큼 힘이 드는 훈련이다. 이 3가지를 1분30초씩 계속 반복한다.
백 전 감독은 “하체 힘을 빼고 배꼽 밑에 힘을 줘야한다. 참아야 된다”고 선수들에게 누누이 강조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던 선수들의 체력이 이제는 50%정도 올라 왔다”고 그가 말할 정도로 선수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경동고는 내년부터 뛰게 될 중학교 선수 9명을 데려왔다. 서울시 중학교 대표선수들도 3명이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백인천 점 감독이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있다.
홍은중 3학년인 외야수 최시찬(15)이 바로 그다.  최시찬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자나 깨나, 오로지 야구 생각만하며 야구에 몰두하고 있는 기특한 선수이다. 백인천 점 감독은 처음 그를 만나자마자 손부터 봤다. 그의 손바닥은 갈라터지고 아물기를 반복, 굳은살로 단단하게 뭉쳐 있다.
왼손타자인 최시찬은 체격조건이 좋다. 키 183cm, 몸무게 87kg으로 한눈에 봐도 아주 당당한 체구다. 백 전 감독은 “얘기하면 금방 먹혀든다. 야구하겠다는 마음자세가 아주 좋다”고 대견스러워한다. 마치 야구 열정에 들떠 지냈던 자신의 고교 시절을 보는 듯하다.
최시찬은 “수유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글러브를 꼈어요. 원래 축구를 하려고 했는데 야구부만 있어서 한 번 해봤는데, 재미가 있었어요”라면서 “좋아서 하는 것이어서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최헌(46), 김미례(44) 부부의 1남1녀 중 막내다. 그의 아버지는 부모가 소싯적에 축구와 사격을, 어머니는 은광여고와 국민은행에서 농구선수생활을 했기 때문에 최시찬이 운동신경을 타고난 셈이다.
최시찬은 또렷하게 말했다. “막연하게 프로선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당차고, 포부가 드높다. 목표가 아주 뚜렷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최시찬은 틈만 나면 시간이 아까울세라 배트를 휘두른다. 또래 친구들은 PC방을 드나들지만 그는 그런 시간에 몇 시간씩 뛴다.
백인천 전 감독은 “앞으로 선수 자신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제2의 백인천’이라고 한다면 우습지만, 나보다 더 소질도 있고, 야구에 미쳤다. 야구에 중독이 됐다. 몸도 좋고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다”고 극찬했다.  
백 전 감독은 28일로 경동고 후배들의 겨울철 훈련 특별지도를 모두 마쳤다. 앞으로는 후배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작정이다. 경동고는 차동렬 감독 인솔 아래 새해 1월 30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두 달간 전설 같은 대선배의 조련을 받은 선수들의 모습은 늠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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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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