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WBC, 위기론 잠재울 수 있을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29 06: 08

결국 WBC 대표팀이 순수 국내파로 꾸려지게 됐다. 중심타선을 맡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추신수(신시내티)는 팀 이적과 적응을 이유로 WBC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대체선수로 손아섭을 뽑았다. LA 다저스 입단에 성공한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 류현진 역시 구단의 반대로 WBC에 출전하지 못한다.
국내파 선수들도 부상으로 잇따라 대표팀에서 빠졌다. 봉중근(LG), 김광현(SK), 홍상삼(두산), 김진우(KIA)는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6명 모두 대표팀에서 핵심선수였기에 최소 4강을 목표로 내건 한국 대표팀에는 뼈아픈 결과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은 앞선 여러 국제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친 좌완 트로이카다. 이들 세 명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대표팀은 새로이 좌완투수를 찾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였지만 결국 장원준(경찰청)과 차우찬(삼성) 두 명만 추가하는데 그쳤다. 또한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활약이 기대됐던 김진우, 홍상삼까지 빠져 마운드 허리가 약화됐다. 마지막으로 추신수는 대표팀 타선에 중심을 잡아 줄 선수다. 앞선 2회 WBC에서는 예선 내내 부진하다가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스리런, 일본과의 결승에서 솔로포를 연달아 터트린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WBC 대표팀에 '위기론'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특히 투수진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 장원삼(삼성), 서재응(KIA), 윤석민(KIA)이 선발투수로 출전이 가능하지만 이 가운데 중요경기에 내보낼 필승카드를 꼽기는 쉽지 않다. 류현진의 빈 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좌완투수들이 대거 불참하게 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1회 WBC 마운드는 지금도 최강으로 회자된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봉중근, 김선우, 구대성 등 메이저리거만 6명이었고 리그를 주름잡던 배영수, 손민한, 박명환, 오승환 등이 모두 포함됐다. 2회 WBC도 만만치 않았다. 류현진-김광현-봉중근 좌완 트로이카가 건재했고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임창용과 오승환, 정대현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이번 대표팀 마운드가 낮아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벌써부터 위기를 말하는 건 성급하다. 비록 추신수가 빠졌지만 반대로 타선은 역대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회 대회에 불참했던 이승엽(삼성)이 돌아와 관록을 더했고 퍼시픽리그 타점왕 이대호(오릭스), 한국 타격왕 김태균(한화)가 건재한다. 젊은 피 최정(SK)과 강정호(넥센), 관록의 정근우(SK)가 지킬 내야는 탄탄하다. 외야에는 김현수(두산), 이용규(KIA), 이진영(LG) 등 국가대표팀 단골 멤버들이 그대로 포진하고 있다. 피해갈 타순도 없다는 게 이번 대표팀 공격력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순수 국내파 대표팀을 구성했다. 다르빗슈 유(텍사스)를 비롯한 일본인 메이저리거 6명은 전원 불참을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일본 대표팀 주장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는 "국내파로만 구성해서 더욱 의미가 있는 대표팀이다. 일본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당장 우리 대표팀이 맞대결을 펼쳐야 할 대만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라운드 통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천웨이인(볼티모어)은 무릎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거절했다. 왕젠민과 궈홍즈는 출전 의사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역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인 천웨이인을 대신할 수는 없다.
추신수, 류현진이 빠진 대한민국 대표팀이지만 일본과 대만도 국내파로 대표팀을 구성하기에 핑계가 될 수 없다. 경쟁 국가들 역시 동일선상에서 대회에 임한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벌써부터 위기론을 꺼내기에는 너무 성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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