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KBO, 고교 지도자 인건비 지급 검토...야구계 강타 비리 해법 실마리 될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12.31 15: 38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최근 대학입시 비리 문제와 관련, “고교 지도자들의 급여를 KBO가 지급,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 총재가 예를 들어 말한 내용은 연간 한 학교에 지도자 급여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지원한다면, 줄잡아 연간 20억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고 5년이면 100억 원 가량이 소요될 텐데 KBO가 아마 비리 근절과 선수 육성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와 관련,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31일 “지도자들 가운데 우선 고교 감독만이라도 인건비를 지원해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고, 학부모들의 호주머니 돈으로 꾸려가는 고교야구 실정에서 지도자들이 소신껏 선수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휘둘리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하신 뜻”이라고 보충 설명을 했다.
양 총장은 “대한야구협회와 공조해서 지도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지원을 중단하고, 그렇게 되면 해당 학교는 당연히 징계를 내리게 될 것”이라면서 “재원은 구단들과 협의해 중, 고교 창단 지원을 위해 토토 수익금과 포스트 시즌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서 마련하는 것과 같이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일단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중학교나 입시비리의 정점에 서있는 대학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양 총장은 "결국 대학의 체육특기생 입시 시스템이 재정비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2 야구계는 연초,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기조작 사건, 8월에 프로야구선수협회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게임업체 관련 횡령 구속사건(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배임수재 및 증재)에 이어 10월 이후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대학 입시비리로 얼룩졌다.
경기조작 사건은 박현준, 김성현 두 선수를 영구제명 하는 선에서 수습하고 '암행 감찰제' 등을 시행하면서 감시체제를 강화, 다행히 그 이후로는 잦아들었다.
권시형 전 선수협 사무총장의 횡령 사건은 추징금만 23억 원에 이를 정도로 거액인데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을 놓고 게임업체와의 사이에서 빚어진 비리라는 점에서 프로야구계 내부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그가 유명 야구인들이나 기자들에게도 유혹의 손을 뻗쳐 '명품시계' 등 금품 로비설마저 나돌았던 터여서 야구계를 낯 뜨겁게 만들었다.
대학 스포츠 입시비리는 아직 사정기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건의 전모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비단 야구계 뿐 만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고질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야구계로서는 해묵은 숙제를 해를 넘겨 안고 가는 셈이 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양대 명문 사학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양승호, 이광은 두 전직 감독이 구속되거나 수배 중이고, 한양대, 동국대, 경희대와 부산의 동아대 감독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줄줄이 엮여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리와는 상관없이 고려대는 학내 문제로 한영준 감독이 해임됐고, 중앙대는 김용수 전 감독이 재직 중 심판에게 식사비조로 1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대한야구협회의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대학 지도자들은 물론 비리 선상에 있는 고교 지도자들 역시 휩쓸려 들어가 인천 지역의 고교 감독과 심태석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도 구속됐다. 지난 2000년에도 서울 동부지검이 대학 스포츠 입시 비리와 관련, 학부모 포함 28명을 사법처리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터진 입시비리가 그에 못지않다는 게 중론이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학 야구 판에 불거진 입시비리로 인해 ‘도덕 불감증, 스포츠 정신, 윤리 실종’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법망에 걸려든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프로에서 물을 먹었던 터여서 더욱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상현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은 “아마-프로 교류의 문이 열리면서 프로 출신들이 물밀듯 밀고 들어왔는데, 기대와는 반대로 선수들의 기량향상은 뒷전이고 오히려 혼탁해져 참담하다”면서 “사법의 확정 판결 결과가 나오면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다. 최종 판단은 이르지만 법적 판결을 기다려 자격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아마 야구는 학교 재단에서 약간의 지도자 급여를 제외하곤 야구부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고교 감독 급여는 일부 학교만 정식으로 지급할 뿐이다.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갹출한 돈으로 야구부 운영비를 충당하다보니 자연 비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 진학을 둘러싸고 실력 있는 선수에 비 주전 선수를 붙여서 진학시키는 편법이 성행, 그 과정에서 ‘떡고물’ 시비가 일어나게 돼 있다. 이를테면 ‘끼워 넣기’식 진학이다. 대학이 유능한 선수에게 줄 스카우트 비용을 ‘곁다리’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아 충당하고, 지도자가 중간 착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당국은 그 과정에서 아예 방치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일이 커지면 그저 지도자만 교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 시스템 부재에 따른 이 같은 입시비리는 특히 명문 사학에서 오히려 횡행, 선수 한 명당 공정가 1억 원 이상, 많게는 3~7억 원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는 형편이다. 대학 감독이 거액의 돈을 독식했을 리 만무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 체육위원회도 입시비리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이 구속된 감독의 입에서 무슨 말이 터져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들린다.  
스포츠 입시비리는 오래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대학 당국이 뒷짐을 져온 터여서 자정 의지나 능력을 상실, 사법당국의 판단에 맡기는 딱한 처지가 됐다.
비리의 핵심은 입시부정이지만, 전지훈련비 전용이나 프로진출 선수의 해당 학교 지원금 중간 유출, 착복 문제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비리의 곁가지이다. 예전엔 감독 혼자서 모든 선수들의 훈련을 다 감당했지만 근년 고교나 대학은 물론 심지어 중학교조차도 감독 외에 투수나 타격 코치를 따로 두는 실정이다. 그 비용은 온전히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시즌을 앞둔 전지훈련도 너나할 것 없이 해외로 나가는 판이어서 그 비용도 학부모들이 200~300만 원씩 한꺼번에 내든가 재력 있는 학부모가 1000만 원 이상 거액을 감당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들이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고교 감독들을 오히려 부추기고 등 떠미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감독이 선수 지도는 코치들에게 맡겨놓고 '대외활동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어 진정한 의미의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리에 연루되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구본능 총재가 제시한 방안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하는 물음표는 달린다. 그렇지만 최소한 비리를 완화시키거나 지도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효과는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입시 비리의 꼭지 점에 있는 대학이 정신 차려야 한다. 입학 사정을 엄정하고도 객관적인 틀에서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  '고양이 목에 방울' 어떻게 달아야 할까.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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