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4년차, 첫 1억 돌파한 이용훈의 다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05 15: 03

연봉 1억원. 누구는 연봉 10억원을 훌쩍 뛰어넘고 연봉 3억원, 5억원을 받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연봉 1억원'은 선수의 가치를 가리는 지표와도 같다.
2012년 프로야구 평균연봉은 9441만원으로 이제는 거의 1억원에 근접했지만 김태균, 이승엽 등 고액연봉 선수들이 더해져 나온 결과다. 총 530명의 등록선수 가운데 연봉 1억원을 넘은 선수는 불과 111명으로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프로야구에서도 연봉 1억원은 일류 선수임을 증명하는 훈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프로 데뷔 14년 만에 연봉 1억원을 돌파한 롯데 자이언츠 우완 이용훈(36)이 느끼는 감격은 남다르다. 처음 프로에 입문할 때는 억대 연봉이 멀게 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공고-경성대를 나온 이용훈은 2000년 삼성에 입단 하는데 150km/h를 상회하는 공을 던져 계약금만 2억5천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입단한 삼성 1차 지명 배영수와 같은 액수의 계약금이었다.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만큼 이용훈은 입단 초기 호투를 이어갔다. 선발진 한 축으로 빠르게 자리잡아 전반기에만 8승을 올리며 삼성 마운드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거기 까지였다. 2000년 9승 7패 2홀드 139이닝 112탈삼진 평균자책점 5.63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용훈은 이듬해 71⅔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면서 4승 4패 45탈삼진에 그쳤다. 허리통증이 찾아오면서 구속과 구위가 떨어졌고 결국 2002년 SK로 트레이드 된다.
SK에서 한 시즌을 치른 이용훈은 2003년 고향 팀인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2005년 전반기에만 7승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하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깨 부상이 찾아온다. 그 해 활약으로 연봉은 6500만원까지 올랐지만 긴 재활의 터널을 거치면서 2008년 41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용훈은 2008년 5선발로 활약하면서 6승 7패 99이닝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하지만 연봉 1억 돌파에는 실패한다. 2010년 7000만원을 받은 게 최고였다. 이후 다시 긴 부진의 늪에 빠진다. 2010년과 2011년 2년동안 이용훈은 1군 11경기에만 등판했을 뿐이다.
2군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이용훈은 2011년 9월 17일, 한화를 상대로 한 2군 경기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으로 자신의 이름을 다시 알린다. 어느새 롯데 투수진 최고참이 되어버린 이용훈은 2012년을 준비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쏟았다. 그리고 2012년, 이용훈은 마침내 부활에 성공한다.
시즌 성적은 8승 5패 101⅔이닝 평균자책점 3.01, 비록 데뷔 첫 10승에는 실패했지만 전반기 롯데 마운드를 지탱해 준 대들보였다. "내가 없었으면 다른 투수가 충분히 그 정도는 던져줬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동료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승리를 거둔 경기가 많았다"며 겸손을 아끼지 않는 이용훈이지만 당시 롯데 선발진 사정을 봤을 때 이용훈의 활약이 없었다면 롯데는 자칫 전반기에 4강 아래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
베테랑 투수의 화려한 부활에 롯데는 연봉으로 보답을 했다. 지난해 이용훈의 연봉은 4500만원, 여기에서 122% 오른 정확히 1억원에 이용훈은 도장을 찍었다. 프로 14년차에 처음 맞이한 연봉 1억원이다.
이용훈은 "1년에 연봉 1천만원씩만 올렸어도 (14년 차니까) 1억3천만원은 넘었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늦은 것 같다"면서 "이제는 연봉 1억원이 많아졌지만 내게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계약을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났을 아내에게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밖에 안 했다"는 이용훈은 "그랬더니 아내가 '축하한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운동만 하면 된다'며 반겨줬다"고 했다.
지난해 후반기에는 어깨 건초염으로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던 이용훈이지만 지금 어깨상태는 100%에 가깝게 돌아왔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캐치볼을 하고 훈련도 소화하고 있다. 이제 당장 다가온 목표는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 "구단이 1억원이라는 연봉을 내게 준 것은 올해 그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진 이용훈은 2013년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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