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 앵글] 김연아, 괜히 피겨여왕이 아니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1.07 08: 52

은반 위에서 열정과 혼을 다했던 김연아(23, 고려대)의 아름다운 연기가 막을 내렸다.
김연아는 지난 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67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 여자 시니어 부문 프리프로그램(FP) 경기서 기술점수(TES) 70.79점 예술점수(PCS) 75.01점으로 145.00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SP) 점수 64.97점을 더해 총점 210.77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의미있는 우승이었다. 7년 만이자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국내대회에 출전, 한국 팬들에게 혼을 담은 연기를 선사하며 찬사를 받았다. 또 이번 우승으로 오는 3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 티켓을 얻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피겨여왕에 대한 관심은 대회 시작 전부터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난달 27일 발매를 시작했던 입장권이 15분 만에 매진됐다. 부랴부랴 추가분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했을 정도로 김연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출발은 산뜻하지 못했다. 고르지 못한 빙질,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 등 악조건과 싸웠다. 김연아는 지난 5일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웜엄 점프 과정에서 펜스에 부딪히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길한 징조는 실전 경기로 이어졌다. 쇼트프로그램곡 '뱀파이어의 키스'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얼마되지 않아 활주 도중 넘어졌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연속 점프도 시도하지 못했다. 이내 곧 안정을 되찾아 트리플 플립 점프 때 트리플 토룹 점프를 성공시켰고, 트리플-트리플 점프도 안정감 있게 마무리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쇼트프로그램 64.97점으로 개인통산 5번째 200점 돌파는 난망해보였다. 본인도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마친 뒤 "200점 돌파를 의식하기보다는 마무리를 잘할 것"이라고 말해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피겨여왕'의 수식어는 괜히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6일 '레 미제라블'에 맞춰 프리프로그램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돼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을 매료시켰다.
착지를 포함해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이 클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얼굴 표정과 몸짓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145.00점(총점 210.77점)을 기록, 어려울 것이라던 200점 돌파를 무난하게 달성했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꿈나무들도 '우상' 김연아와 함께 한 추억을 오롯이 간직했다. 남자 시니어 부문 우승을 거머쥔 이준형(17, 수리고)은 "(김연아)누나는 신이구나 싶었다"고 말했고, 여자 시니어 부문 2위 박소연(16, 강일중)과 3위 최다빈(14, 강일중)도 "영광스러웠다. 앞으로 김연아 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고 느꼈다", "연아 언니 점수가 너무 대단했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우승 자격으로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시니어 부문 출전을 확정했다.
안방을 넘어 세계의 중심에서 선보일 혼신의 연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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