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된 노경은, “부상당하면 밑바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09 14: 17

“부상을 당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다시 밑바닥까지 갈 수 있으니 그 부분은 항상 조심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오랜 2군 생활을 거친 선수였기 때문일까. 당당히 팀의 에이스 중 한 명으로 자리잡고 월드 베이스볼 대표팀(WBC)까지 승선했음에도 그는 절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셋업맨에서 선발로 화려한 전향에 성공한 노경은(29, 두산 베어스)은 반짝 선수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긴장 중이다.
2003년 두산의 1차 우선 지명자로 커다란 기대를 모았으나 팔꿈치 부상과 제구난 등으로 7년 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경은은 2011시즌 팀의 마당쇠 계투로 출장 기회를 잡아가다 지난 시즌 비로소 ‘대박 터졌다’. 지난해 노경은은 12승 6패 7홀드 평균자책점 2.53(2위)을 기록하며 규정이닝을 소화한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탈삼진도 146이닝 동안 133개로 전체 5위에 올랐다.

선발로만 10승을 올린 노경은의 후반기 성적은 11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1.53. 가히 체감 위력은 국내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기 충분했다. 아직 연봉 계약을 완료하지는 않았으나 대박이 예상되고 팀 내 투수 고과도 1위에 오르며 화려한 2012년을 보낸 노경은이다. 경기력이 워낙 좋았던 만큼 노경은은 무난하게 WBC 대표팀까지 입성했다. 프로 데뷔 후 노경은의 태극마크는 2009년 네덜란드-스웨덴 야구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이며 주력 대표팀은 처음이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의 2013 시무식에 참석한 노경은은 “풀타임 시즌을 기복 없이 치르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러닝과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한 적절한 밸런스가 필수다”라고 말하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데뷔 이래 비로소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 화술도 능수능란해진 노경은이다.
최근 김태균(한화)은 “박희수(SK)와 노경은이 이번 대표팀에서 정말 잘 할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 152km의 포심과 151km 짜리 투심, 슬라이더-커브-포크볼 등 다양한 구질을 갖춘 위력적인 투수인 만큼 선수가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왜 그렇게 부담들 주시지.(웃음) 코칭스태프께서도 그렇고 태균이형 이야기도 들으니 부담이 되기는 하네요. 그만큼 가서 잘하라는 의미시겠지요. 지난 시즌처럼 1구, 1구 전력으로 던지고 싶어요. 긴장감 풀지 않고. 지난해 첫 선발 등판(6월 6일 잠실 SK전 6⅔이닝 1실점)처럼 그 느낌으로 던지고 싶습니다”.
2006년 1회 WBC 당시 공익근무 중이던 노경은은 절친 전병두(SK)가 대표팀 승선 뒤 실전에서 고전하는 바람에 팬들로부터 비난 세례를 받는 것을 목격하고 미니홈피를 통해 전병두를 두둔했던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노경은이 그 무대에서 타국 선수들을 상대로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
“그 때 병두는 어린 나이에 갔었고 저는 지금 11년차잖아요. 저도 만약 그 나이 때 갔더라면 많이 긴장하고 떨었겠지요. 그래도 병두는 그 무대에서 자신의 100%를 던지고자 노력했다는 것이 보였거든요. 저는 11년차인 만큼 완급조절도 하고 타자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긴 듯 싶어요”.
두각을 나타내기 전 노경은은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받기 위해 전지훈련 이전 이미 몸을 만들어 놓고 캠프 전력투구를 하던 선수였다. 그만큼 일각에서 나오는 ‘WBC가 오버페이스를 불러오지 않을까’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원래 만들어 놓고 뛰는 스타일이다. 시즌을 앞두고 감을 잡는 무대로 생각하겠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대체로 다른 선수들은 시즌 초반에 감을 잡아나가고 제 실력을 차차 보여주는 스타일이잖아요. 전 초반에 일찍 감을 잡아놓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WBC를 확실히 감 잡아놓는 무대로 생각하고 싶어요. 다만 부상은 안 당하도록 조심해야지요. 부상 당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정말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데”. 한때 밑바닥 은퇴 위기까지 겪었던 노경은인 만큼 이름을 알린 지금도 그는 그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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