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홍성흔, “적어도 롯데 시절만큼은 해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1.10 06: 20

“4년 전 떠날 때에 비해 주위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만큼 내가 하락세를 비춘다면 팬-구단의 스트레스도 클 것이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당사자들에게 커다란 기회다. 잔류 협상을 맺는다면 ‘그만큼 내가 이 팀에서 공헌했다는 점’을 들어 더욱 좋은 계약을 바라고 구단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적은 그 계약 자체가 선수에게 쏟는 기대치를 의미한다. 그만큼 FA 이적생에게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해진다. 두 번째 FA 자격 취득 후 두산 베어스로 4년 만에 복귀한 홍성흔(36)에게 2013년은 책임감의 한 해다.
1999년 두산에서 데뷔한 뒤 진갑용(삼성)을 제치고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하며 신인왕좌에 오른 동시에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로 우뚝 섰던 홍성흔은 2008시즌을 3할3푼1리의 고타율로 마친 뒤 롯데로 FA 이적했다. 그해 홍성흔은 포수 포지션을 포기하고 타자로 전념하는 쪽으로 선수 진로를 바꿨고 롯데는 홍성흔의 방망이를 믿고 데려왔다.

롯데에서의 4시즌 동안 홍성흔은 3할3푼 59홈런 321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사상 가장 모범적인 FA 이적 선수로 남았다. 2009년에는 3할7푼1리의 고타율로 박용택(LG)과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펼쳤고 2010시즌에는 3할5푼 26홈런 110타점으로 선수생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시즌 중 손 골절상이 아니었다면 30홈런 이상도 가능했을 성적이다.
그리고 홍성흔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데뷔 팀 두산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동료들을 활발하게 격려하며 덕아웃 분위기를 띄워줄 파이터형 리더를 찾던 두산은 홍성흔을 필요로 하며 야구 외적으로도 확실한 모습을 기대했고 주장 완장을 맡겼다. 4년 31억원의 계약. 이제는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 홍성흔이라는 점과 ‘두목곰’ 김동주, 새로운 4번 타자로 지난해 후반기 자리를 지킨 윤석민 등과의 중첩 현상이 우려되며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 시무식 전까지 홍성흔은 비시즌 대부분을 부산에서의 개인 훈련 등으로 보냈다. 가끔 서울에 올라오기는 했으나 새 집을 알아보기 위해 들렀던 정도. 2009년까지 두산의 옛 유니폼을 입다가 유니폼 로고 등이 바뀐 후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두산 선수로 자리를 비춘 홍성흔이다.
 
“4년 만에 돌아왔는데 (김)현수가 ‘역시 형은 이 유니폼이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해줘서 고맙더라. 다른 동료들도 잘 왔다고 격려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4년 만에 돌아왔는 데도 잠시 어디 다녀왔다 돌아온 정도로 대우해줘서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긴장되고 흥분된다”.
돌아온 홍성흔에게 두산은 곧바로 주장 완장을 맡겼다. 두산 출신 선수라고는 해도 엄밀히 따지면 4년 간 롯데에서 뛰다가 온 이적생이다. 활발해야 할 때는 활발하면서도 위계질서 확립에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구단의 기대치를 알 수 있다.
“(김)동주형, (임)재철이, (김)선우 등 팀 베테랑들이랑 보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선수단 맏형인 동주형과 나 사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한다. 포지션 경쟁은 경쟁이고 팀 전체로 보면 내가 동주형과 잘 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팀 분위기를 잡는 데 주력하고 다시 두산의 집요한 팀 컬러를 만들고 싶다”.
또한 홍성흔은 “주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선수단에서 야구 외적인 사건 사고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생활은 물론이고 선후배 관계 정립, SNS 등 야구 외적인 점에 주의점을 새기며 야구 내적으로는 당연히 열심히 하고 밖에서는 공공의 사람들로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단을 만들고 싶다”라며 홍성흔은 최대한 동료들이 팀과 선수 개개인의 호성적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길 바랐다.
“롯데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야구 정말 어렵더라. 나도 프로 데뷔 후 우승은 단 한 번 뿐이니까. 포스트시즌에서 많이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트시즌도 많이 나갔는데 우승은 단 한 번 뿐이라는 점은 내 선수 생활의 티끌이다. 단체 팀 워크를 먼저 생각하고 동료들이 힘들어 할 때는 활력소를 불어넣고 싶다. 이번에 우승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프로는 성적이다. 두산이 FA 시장에서 홍성흔의 덕아웃 리더 가치를 보고 데려왔다고 해도 개인 성적이 따르지 않으면 ‘클럽 하우스 리더의 공헌도’의 의미도 퇴색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구단도 선수도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홍성흔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두산은 FA 보상 금액은 물론이고 지난해 5선발로 공헌도를 보여줬던 우완 김승회를 내줬다.
“이번에는 방망이 실력을 인정받고 다시 두산에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적 후 롯데 시절만큼 해내지 못한다면 남은 팬들도 떠날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팬 분들의 눈높이가 4년 전보다 높아진 만큼 하락세를 보여준다면 팬과 구단의 스트레스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롯데에서 좋았던 모습을 두산에서도 보여주고 가능하다면 2010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렇게 해야 FA로 온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
시무식 이전 홍성흔은 덕아웃 리더로 두산이 자신을 데려왔다는 데 대해 “야구를 못하면 내가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반드시 잘 해야 한다”라며 호성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팀 분위기 쇄신과 위계질서 확립은 물론 올 시즌 대권 도전. 그리고 FA 이적 성공 릴레이를 향한 꿈. 홍성흔은 올해 두 마리 그 이상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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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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