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4파전’ 대한야구협회 회장 선거, 역시? 또? 정치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1.16 09: 11

체육단체의 선거철이 돌아왔다. 대한체육회 산하 가맹단체가 1월 말과 2월 초순 사이에 단체장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1월 28일)와 대한야구협회(2월 1일)의 회장 선거 결과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14일로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이형진(59. 안양시야구협회장), 강승규(50. 대한야구협회장), 이병석(61.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은영(44. 여성기업인. 이상 후보 등록 순)씨 등 4명이 출마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야구협회의 회장 선거가 관심을 끄는 한 가지 이유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이른바 ‘친이계’로 소문나 있던 두 정치인이 경선을 벌이게 됐다는 점이다. 야구협회 주변에서 사실상 2파전으로 점치고 있는 인사 중, 강승규 현 대한야구협회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회장에 선출됐던 터이고, 이병석 의원은 포항시에서 4선을 했고, 현재 국회부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다선의 중진이다. 새누리당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은 고려대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이전 선거에서 강승규 회장을 밀었던 야구협회의 일부 대의원들은 이번에는 이병석 국회부의장을 끌어들여 ‘체육단체의 선거무상’을 실감케 한다.

체육단체의 선거판에 정치인이 뛰어드는 모습은 새삼스럽지도 않고, 별반 이상스러운 일도 아니다. 특히 정권교체기에 치르는 회장 선거에는 어김없이 유력 정치인들이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평소 해당 종목과 별다른 인연이 없더라도 권력의 실세와 가깝다거나 아니면 최고위층의 측근이라는 점 따위를 내세워 체육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인기 종목의 단체장에 오르면 얼굴을 알려서 좋고, 체육단체의 사람들은 그네들의 힘(권력)을 이용해 협회를 장악하려드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권력의 우산을 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도 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선 윤상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친박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람이고, 강승규 야구협회장이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해 야인신세가 되자 현역 의원의 신분으로 그 자리를 밀고 들어가려는 것이 이병석 의원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대기업 오너들을 끌어들여 ‘스포츠 공화국’을 일궈냈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선호하는 것이 우리 체육단체의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일부 경기인이 단체장을 맡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대개는 역량 부족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 후보로 나선 이들의 해당 종목에 대한 열정과 관심,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순히 정치인으로, 또는 기업인으로 얼굴을 알리고 ‘홍보’적인 측면에서 자원하거나 등 떠밀려 나서는 짓은 모름지기 삼가야할 일이다. 체육단체장이 그저 얼굴이나 알리는 자리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야구협회장 선거에 제일 먼저 뛰어든 이형진 후보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 이형진 후보는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출마의 변과 다른 후보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띄워놓았다.
그가 내세운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략)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인은 전문성을 강조하며 전문지식이 없는 단체의 낙하산에 대하여 경고하였는데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새누리당 소속 현 국회 부의장이 격에도 맞지 않고 전문 지식도 없는 대한야구협회장 선거에 수하들을 보내 작업을 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모든 체육인이 우려 하던 일이 벌어졌다. (중략) 국회의원이 무슨 권력이라고 압력을 넣어 추태를 보이는지 한심할 뿐이다. 대한민국 국회 부의장의 위상과 품위가 고작 이정도이니  국민의 대다수가 정치인을 불신하며 지방 시의원 보다 못하다고 비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야구계가 귀하들의 쉼터가 아니다.”
야구협회의 사정을 잘 아는 야구계의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야구협회장은 일을 해야 하는 자리이지 소위 폼 나는 자리는 아니다. 야구 쪽으로 할 일이 많은 자리인데, 국회부의장이라면 더 큰일 해야 하는 분이 아니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프로야구가 이제 10구단 체제로 가게 됐는데, 그 어느 때보다 아마-프로 공조가 긴요하고 초, 중, 고 팀 창단 등 저변 확대도 시급한 마당이다.”면서 “객관적으로 볼 때 강승규 회장은 현행 고교야구 주말 리그 제를 이끌었고 2009년 12월에는 국민체육진흥법 및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방 야구장 장기 임대 및 개, 보수와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가시적인 업적이 뚜렷하다. 갈등과 긴장관계였던 KBO와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는 말로 강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발언을 했다.  
대한야구협회는 그동안 야구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회장 자리를 흔드는 행태가 아주 심했던 단체이다. 예전에 대한야구협회장을 지냈던 어떤 이는 훗날 재추대 움직임에 손사래를 치며 대의원들의 행태에 넌덜머리를 냈던 적도 있었다.
벌써부터 학원스포츠의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전면 철폐하려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우려스런 움직임도 보인다.
야구협회장은 16개 시도지부 협회장과 리틀야구연맹,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 등 모두 18명의 직접투표로 뽑게 된다. 누구 말마따나 시대적인 소명을 알고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넘치는 인물이 회장을 맡아야 옳다.
/OSEN 선임기자
강승규(왼쪽) 대한야구협회장과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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