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겨 소년소녀' "김연아와 한 무대, 영광이었다" 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1.17 07: 30

실로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23, 고려대)의 존재 때문에 집중조명을 받았지만, 2013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67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은 피겨 유망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준 대회였다. 그리고 그 대회를 통해 사람들은 김연아 외에도 피겨에 대한 열정으로 시린 은반을 지치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40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끼와 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 '피겨 소년소녀' 이준형(17, 수리고)과 박소연(16, 강일중)을 지난 16일 태릉에서 만났다. 2013년 국가대표 선수 훈련 개시식 및 체육인 신년 인사회가 있었던 이날, 곳곳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태릉에서 만난 한 살 터울의 두 소년소녀는 오누이처럼 친해보였다.
▲ '만원관중' 목동에서의 특별한 경험, 김연아와 무대체질

이번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이준형과 박소연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준형은 이번 대회 남자 시니어 부문 프리프로그램 경기서 쇼트프로그램 60.80점, 프리프로그램 122.88점을 총점 183.68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소연 역시 쇼트프로그램 53.20점, 프리프로그램에서 108.68점을 받아 총점 161.88점으로 김연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은반에 선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선수는 수줍게 웃으며 연신 감동이었다, 영광이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선수로서 김연아를 본 소감에 대해 묻자 이준형은 "존경스럽다"고 표현했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김연아를 두고 "신(神)같았다"고 표현했던 그다. 박소연 역시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회가 와서 너무 기뻤고, 그야말로 영광이었다"며 국내 무대에서 함께 선 감동을 전했다.
박소연은 이번 대회를 포함해 전국종합선수권대회서 4년 연속 2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 동안 늘 김해진(16, 과천중)의 뒤를 쫓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피겨여왕' 김연아에 이은 2위다.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소감을 박소연은 "원래 항상 종합선수권대회와는 잘 안 맞았는데 생각보다 (연기가)잘 됐다. 평소에 잘 뛰던 점프를 실전에서 실수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잘된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이준형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김진서(17, 오륜중)가 실수를 해서 생각지도 못하게 1등을 했다"며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연기를 펼친 소감을 묻자 눈을 반짝이며 "너무 좋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체질' 아니냐는 말에 "사람 많은 것이 더 좋았다"고 긍정을 표하기도 했다.
▲ 어머니 권유로 시작한 피겨,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두 선수 모두 어머니의 권유로 피겨를 시작했다. 특히 어머니가 오지연 피겨 코치였던 이준형은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를 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피겨를 시작한만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준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피겨를 그만둬라'고 하셨다. 한참 못타던 때였다. 경기 나가면 매번 지고 들어오는 나를 보는 것이 속상하고 짜증이 나셨던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순간 이준형의 마음 속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그전까지는 별로 피겨를 하고 싶지 않았다던 이준형은 '그만하자'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이제와서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갖고 피겨를 다시 시작한 순간이었다.
반대로 박소연은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피겨에 재미를 느꼈던 소녀였다. 하지만 점점 실력이 붙고 수준이 올라가면서 힘든 시기는 자연스레 찾아왔다. 박소연의 경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고, 5종 점프를 시도할 무렵이었다.
"잘 뛰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까 너무 속상했다. 자꾸 넘어지기만 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박소연은 "당시에는 코치님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며 배시시 웃었다. 박소연의 어머니는 딸이 부딪힌 난관에서 도망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언을 하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이겨낸 둘은 이제 한국 피겨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유망주이자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로 당당히 은반을 지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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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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