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죽었다(The King is Dead)’, 애플을 향한 왜곡된 시선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3.01.26 16: 00

애플 주가 폭락, 성장 둔화, 거래 정지, 세계 1위 가치 기업 추락까지 애플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24일 새벽(한국시간) 애플이 2012년 4분기 실적발표를 하자 주요 외신부터 국내 언론들까지 전세계가 이구동성으로 애플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애플은 2012년 4분기(2012년 10월~12월)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장 마감 후 있었던 어닝콜(earning call)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130억 8000만 달러(한화 약 13조 9900억 원), 매출은 544억 5000만 달러(약 58조 3500억 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130억 6000만 달러(약 13조 9700억 원)와 463억 3000만 달러(약 49조 5500억 원)보다 좋은 결과이며 애플의 분기 매출은 구글의 2012년 한 해 판매실적 501억 8000만 달러(한화 약 53조 5120억 원)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24일(현지시간) 미국 2대 이통사 버라이즌(Verizon)과 AT&T의 발표에 따르면 두 통신사가 4분기 동안 가장 많이 판매한 스마트폰은 ‘아이폰’ 시리즈다.
미국의 가장 큰 통신사 버라이즌은 3달 동안 총 980만 대의 스마트폰 중 ‘아이폰’ 620만 대를 팔고, 그 외의 안드로이드OS, 블랙베리OS 등의 기기를 모두 합쳐 360만 대를 판매했다. 이는 버라이즌의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중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63%라는 것이다. 2번째 통신사 AT&T는 4분기에 1020만 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860만 명이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머지 160만 명이 윈도우,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를 구매했다.
이는 두 통신사가 보조금 지원으로 ‘아이폰’의 가격을 299달러, 199달러, 99달러, 심지어 무료로까지 책정한 것이 상당부분 작용한 결과다. 이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중국 시장과 더불어 더 이상 ‘아이폰’의 고가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며 ‘저가형 아이폰’ 출시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2012년 4분기 한 분기 동안 애플은 ‘아이폰’ 4780만 대, 아이패드 2290만 대를 팔아 순수익 38%를 기록했다. 매출대비 순이익이 전 분기대비 44%에서 6% 하락한 수치지만 팀 쿡 CEO는 “우리는 지금까지 30%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하며 향후 애플의 수익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팀 쿡 CEO가 분기 최대실적을 치하하며 직원들에게 축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호조에도 불구하고 애플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극도로 차가워지고 있는 것은 애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초 시장에서 내놨던 예상치는 547억 3000만 달러(약 58조 8000억 원)였다. 이로 인해 애플의 주가는 시간 외임에도 불구하고 12% 급락하고 하루 만에 시가 총액 약 64조, 넉달 새 200조 이상이 날아갔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439.88(약 47만 원)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기대치가 높으면 그만큼 실망감도 큰 법.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어닝콜과 엑슨모빌(Exxon mobil)의 ‘세계가치 1위 기업(규모 1위)’ 차지 소식 이후에도 애플 주식 매각보다는 보유 쪽에 손을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3일자(현지시간)와 25일자 기사는 “그 동안 언론, 업계, 금융계 등에서 애플에 대한 과도한 노출로 기대가 부풀어 있었다”며 “조급해하는 주주들은 침착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왕이 죽었다(The king is dead)’라는 말에는 ‘왕이여 영원하소서(Long live the king)’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이는 프랑스의 ‘Le Roi est mort, vive le Roi’에서 유래된 문구로 우리말로는 ‘국왕 붕어, 신왕 폐하 만세’로 해석된다. 이 문구는 프랑스에서 왕위 계승 시 사용되던 것으로 왕권의 영원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애플이 이제는 혁신의 아이콘이 아닌 현상 유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애플의 몰락을 점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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