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뺀 ‘인간의 조건’,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2.04 17: 44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이 담백하고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재미와 메시지를 전하며 호평 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심야시간대 방송되는 ‘인간의 조건’의 시간대 변경을 요구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4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리얼 체험 프로젝트 인간의 조건’은 휴대폰과 TV, 인터넷 없이 일주일을 살아가는 여섯 남자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에서 단 일주일간 인터넷과 휴대폰, TV를 빼버리자 이들은 유선전화를 이용했고, 서로 눈을 보고 대화하기 시작했으며 멤버들을 목놓아 기다리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또 지난 1월 26일부터는 방송된 ‘인간의 조건’은 두 번째 미션인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사는 체험을 통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멤버 양상국의 “내 몸이 조금만 불편해지면 쓰레기가 줄어든다”는 말은 프로그램의 주제를 함축했다. 멤버들은 일회용 종이컵 대신 씻어서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컵을 휴대했고,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했다. 또 많은 음식을 먹으며 젓가락을 놓자마자 그 것이 음식쓰레기로 돌변하는 것을 인식하고 먹을 만큼만 적당히 준비해 먹는 노력을 시작했다.
‘인간의 조건’은 시선을 잡아끄는 스타 대신 대중에 익숙한 개그맨 김준호, 박성호,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정태호 등으로 멤버를 구성하고 특별한 게임이나 자극적인 미션 대신 이들이 소소한 일상 속에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투박해 보이는 ‘인간의 조건’은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모습에 시선을 뺏기는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인간의 조건’은 정규편성 첫 회에서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세바퀴’의 시청률을 앞섰고, 이후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리며 시청률 접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인간의 조건’의 진정성은 심상치 않은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시청자들은 ‘인간의 조건’ 게시판을 통해 ‘우리 집도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키우게 됐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도전했다. 남은 음식도 포장했다’는 등의 동참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
현재 새 예능프로그램 ‘달빛프린스’와 MBC ‘토크클럽 배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려한 MC 군단을 앞세운 이들 프로그램은 예상외로 저조한 시청률로 시청자의 참여를 높이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영화 뒷이야기를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 그 성적표는 초라하다. 어찌 보면 촌스러운 뚝배기 같지만 그 안에 진정성을 꽉 채운 ‘인간의 조건’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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