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후배들, 한국이 재미없다면 해외 나가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2.19 13: 00

"도전이라는 표현은 이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카고 컵스 임창용(37)이 '도전자'라는 말에 손사래치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도전의 대명사가 됐다. 적어도 한국야구에서 도전의 아이콘은 임창용이다. 한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미국으로 진출할 때마다 그는 헐값을 감수하며 더 큰 무대를 꿈꿨다. 어느덧 만 37세 베테랑이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중이었지만 12월에 컵스와 깜짝 계약하며 꿈에 그리던 미국 땅을 밟았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메사 호호캄파크에서 취채진을 만난 임창용은 "도전이라는 표현은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 난 도전을 하는 게 아니다. 어디서든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 즐거움을 찾아 미국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더 즐거운 야구를 위해 미국에 진출한 것이지 '도전'이라는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꾼 건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2002년이다. 당시 그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 진출을 모색했으나 밝혀지지 않은 모구단으로부터 65만 달러를 제시받았고, 그의 소속팀 삼성은 거절했다. 임창용은 "포스팅을 할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했다. 꼭 한 번은 미국 가서 공을 던지고 싶었다. 이제 그 때가 됐다"며 웃었다. 
임창용이 빅리그 마운드에 오른다면 그는 이상훈-구대성-박찬호-김병현에 이어 5번째로 한미일 마운드를 다 밟은 한국인 투수가 된다. 특히 한국-일본-미국을 차례대로 밟아나가는 것은 이상훈과 구대성에 이어 3번째다. 특히 임창용의 경우 만 37세로 그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늦은 시점이고, 아직 재활 중이라는 점에서 도전의 의미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늦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는 임창용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고, 그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공개적으로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리며 스카우트망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일본을 넘어 미국까지 이제는 도전의 길이 활짝 열려있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글쎄, 내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어디서든 즐겁게 야구를 하라'는 것 뿐이다. 만약 한국에서 야구하는 게 재미없다면 (해외로) 나와야 한다"며 "백날 누가 옆에서 말하는 것보다 스스로 직접 느껴야 한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본인 스스로 하기 나름이다. 적응을 못하면 힘들어질 수 있기에 준비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컵스에는 임창용 외에도 빅리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투수 이대은·정수민·김진영, 외야수 하재훈 등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무대로 뛰어든 새카만 후배들이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도전을 벌이고 있다. 임창용은 "후배들은 2월말이나 3월초에나 들어온다. 그때 만나면 밥이라도 한끼 사야겠다"며 큰 형님답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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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사=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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