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 김희선, 최종병기 '신의 한 수'인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2.20 15: 15

[유진모의 테마토크] 어여쁜 유부녀 혹은 나이 든 여자 연예인의 예능토크 메인 MC 기용은 어떤 그림일까? 김원희야 원래 라디오 프로그램 DJ 등으로 수려한 말솜씨를 바탕으로 한 유려한 진행솜씨를 인정받아온데다 예쁘지만 결코 특급미녀스타로서의 고고한 이미지를 고집한 게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이영자는 모든 것을 떠나 개그맨 출신으로 화려한 말솜씨와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단연 돋보인다.
 그러니 '원조 여신' 김희선이 SBS 새 예능토크쇼 '화신'의 메인 MC로 나선다는 점이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화제성과 궁금증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였을까? 지난 19일 첫방송된 '화신'은 8.4%의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하며 3.5%의 KBS2 '달빛프린스'와 3.8%의 MBC 'PD수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첫회부터 정상에 올랐다.

이 방송은 메인 MC 김희선 신동엽 윤종신을 비롯해 이수근 전현무 김종민 은지원 등의 '얼간이'들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다. 생활밀착형 주제로 시청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맞추기 위해 출연자들의 경험과 심리를 털어놓는 게 이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이다. 이 날의 주제는 '여자친구,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을 신의 한 수', '선배는 좋자고 하는데 후배에겐 부담되는 행동'이었다.
먼저 주제에 대해 출연자들이 충분한 재미를 유발할 만큼의 콩트를 보여준 뒤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고 설문에서 틀릴 경우 강한 바람을 얼굴에 쏘는 벌칙을 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어디선가 많이 봐왔다. '야심만만' '라디오스타' 등에서 차용했고 바람벌칙은 숱한 예능에서 시도한 방식.
일단 신동엽과 윤종신의 기둥은 듬직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탄탄해 보인 이수근 전현무 김종민 은지원이란 지붕과 전체의 진행방식이란 서까래는 위태위태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예능토크쇼에서 숱하게 봐온 형식이 식상해 보는 내내 지루함을 불러일으켰다.
분위기가 산만하다보니 중반까지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떤 형식이고, 무슨 메시지를 주기 위한 설정인지, 또 어떤 대목에서 '빵' 터뜨리고자 하는 의도인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구난방이었다. 한 마디로 구심점이 없어 사공이 누구인지, 승객이 누구인지, 배가 어디로 가는지 설왕설래했다. 그래서 도저히 프로그램에 몰입하려 해야 하기 힘들었다.
아마 그래서 제작진은 김희선을 전격 기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한 카리스마의 강호동이나, 전체를 돋보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유재석, 그리고 악역을 도맡아 하는 김구라가 없는 한 고정 출연자 전체의 유기적인 화합이 중요한 만큼 그 접착제로서 김희선이 투입됐는데 김희선의 역할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한 어찌 됐건 전체 출연자 중 중심을 잡아야 할 신동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희선이 때론 통통 튀어줘야 한다는 것 역시 제작진의 숨은 의도였을 것이다.
이는 얼마전 김희선이 오랫만에 '힐링캠프'란 예능토크 프로그램에 손님으로 출연해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 바 있다는 게 이번 캐스팅에 영향을 끼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안방마님 김희선과 사랑방 손님 김희선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콩트에서 특유의 건방기 가득한 캐릭터로 부각되는 듯했으나 이내 남자들의 입놀림과 깨방정에 꼬리를 내렸고 능수능란한 신동엽과 능글능글한 윤종신의 캐릭터에 자신의 존재감이 녹아들어갔다.
물론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오던 그녀의 신비하고 안개같던 모습이 털털하게 바뀌며 의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점은 이 프로그램이 거둔 큰 소득이다. 아무리 이제는 40을 바라보는 애엄마라고 하더라도 한때의 '김희선'이었던 그녀다. 그녀가 베일을 벗고 인간적인 솔직함으로 다가올 때 시청자들이 느꼈을 인간미는 분명 홍일점으로 그녀를 내세운 이 프로그램의 미덕임에는 틀림 없다.
특히 그녀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자신의 칫솔을 써 부부 싸움을 했다며 시청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가 하면, 전현무의 '주차장 루머' 해명 부분에서는 '다들 주차장에서 연애한 적이 있지 않나. 주차장은 깊숙하게 내려갈수록 더 좋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김종민이 과학전문지라면서 전문지를 강조하자 '왠지 야하게 들린다'며 '젖을 문 지'라고 해석하는 폭탄발언으로 '19금 발언'의 전문가 신동엽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김희선은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남편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던 중 밥을 차려놓으면 남편이 식탁에 늦게 온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남성 게스트들이 남자들은 다 그렇다고 반박하자 '여자가 종이냐'며 버럭 화를 냈다. 그게 김희선이었고 그게 다였다.
 신동엽이나 윤종신이 아직 제대로 구심점 역할을 못해서인가, 아니면 김희선이 안방마님으로서 곳간을 장악하지 못해서인가 아직은 전체적으로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게스트들은 어수선할 뿐이다.
 이 프로그램을 김희선만 떼놓고 보면 '라디오 스타'고 '야심만만'이고 '강심장'이다. 하지만 이제는 '천녀유혼'의 여주인공같이 신비로운 이미지만 고수할 나이나 경력을 뛰어넘은 김희선의 캐릭터를 제대로 소비해 새로운 토크쇼를 창출해내고자 하는 게 제작진의 의도가 맞다면 그녀에게 창의적인 진행실력과 개그본색을 요구하기 보다는 먼저 신동엽과 윤종신 등 메인 MC를 비롯해 나머지 게스트들의 김희선 부양능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녀를 예능MC의 '최종병기 활'로 만들기에는 이번이 처녀비행이고 토크쇼의 '신의 한 수'로 띄우기에는 이제껏 실력으로 검증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센 불로 단숨에 물을 끓이기 보다는 먼저 그릇부터 달구는 게 순서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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