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을 사로잡은 86순위 루키 권희동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2.23 10: 40

9라운드 전체 86순위 신인. 그러나 연습경기에서 줄곧 출장 기회를 얻으며 눈도장을 받고 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신인 외야수 권희동(23)이 김 감독의 시야에서 등용문을 향해 재빠르게 헤엄치고 있다.
권희동은 지난 22일 대만 가오슝에서 벌어진 대만 챔피언 라미고 몽키스와의 경기에서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9회 쐐기 좌월 솔로포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9-2 낙승을 이끌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무교체로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타자는 권희동이 유일했다.
경주고-경남대를 거쳐 지난해 8월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6순위로 지명된 권희동은 177cm 85kg의 체구를 갖췄다. 다소 작은 키지만 2011년 KBO 총재기에서 홈런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좋은 펀치력을 갖췄으며 막차로나마 NC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은 자유석급이었으나 현재 권희동의 출장기회 대비 대우는 특실급이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꾸준히 중심타선에 나섰던 권희동은 대만 2차 전지훈련에서도 타선의 중추부를 맡으며 기회를 얻고 있다. 대학 시절 권희동은 섣불리 스윙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이 왔을 때 노려치는 타격이 뛰어난 거포 유망주로 알려졌다.
두산 재임 시절 세간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던 선수들을 발굴해 주전으로 발탁했던 김 감독은 ‘기본적인 특화능력을 갖추고 성실히 훈련하며 야구에 대한 절박함을 아는’ 유망주를 중용했고 이를 자신의 기용 전략 중 주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명순위보다 주가 된 것은 선수의 기본 덕목인 성실함과 근성, 그리고 특화 능력이다.
권희동은 하위지명 선수였으나 훈련 태도와 특화 가능한 일발장타력을 보여주며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고 현재는 연습경기에서 5,6번 타순을 맡고 있다. 주전 3번 타자인 나성범이 손바닥 부상으로 인해 일시귀국한 이유도 있으나 권희동은 5번 타자로 낙점된 모창민이 3번 타순으로 이동해 빈 자리가 된 5번 자리를 메우며 뛰어난 화력을 보여줬다.
경기 후 권희동은 “WBC 대표팀과의 경기 등 무안타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 경기는 배트 중심에만 맞춘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밸런스가 잘 잡혀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 신인으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전 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음에도 뚝심있게 출장 기회를 부여한 김 감독은 또 하나의 떡잎을 발견했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 황무지에 뿌려진 씨앗이라도 근성과 성실성으로 자라나 일등 작물이 되어 프로야구를 살찌운 스타 플레이어의 전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9라운드 86순위였으나 달의 눈을 사로잡은 권희동은 그렇게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쑥쑥 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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