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어쩌다 이렇게 됐나..전부 가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2.24 09: 38

[유진모의 테마토크] SBS 월화드라마 '야왕' 19.4%, 특별기획 '돈의 화신' 13.1%, MBC '7급공무원' 11.4%.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의 시청률 성적표다.
'야왕'은 부동의 1위 MBC '마의'를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고 '돈의 화신'은 MBC '백년의 유산'을 위협하고 있다. '7급공무원'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KBS2 '아이리스 2'라는 막강한 경쟁작을 만나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내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야왕'과 '돈의 화신'은 막장논란과 주연배우의 개인적인 송사 문제로 시작부터 상처를 입은 작품인데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을 자꾸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는 욕하면서도 또 본다'는 속설을 이 드라마들이 어김 없이 입증하고 있다. 논란이 크면 클수록 시청자를 더 끌어들인다.

공통적으로 이들 드라마 속에는 거짓 사랑이 존재한다. 자신의 목적이나 출세를 위해 상대방의 사랑을 이용한다. 진정함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조작된 감정으로 상대방의 사랑을 활용하는, 나쁜 '사랑 사용 설명서'가 난무한다.
'야왕'의 하류(권상우)는 먼저 사랑에 배신당해 큰 상처를 입는다. 다해(수애)는 지독한 가난을 못 이긴 아버지가 자살한 뒤 어머니가 재가하자 의붓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여자로서 스무살이 되면서 하류로부터 구원받는다. 하류는 통장을 털어 다해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준 뒤 다해를 먹여 주고 재워 준다.
다해가 의붓아버지를 살해하자 하류는 사체를 암매장한 뒤 호스트바에 나가면서 다해를 대학에 보내고 졸업 후 미국 유학까지 보내준다. 왜? 사랑하니까. 하류에게 다해는 인생의 전부였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다해에게는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헌신적으로 잘해주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왔다.
그런데 다해에게는 언제부턴가 더러운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백학그룹에서 만난 백학 백창학(이덕화) 회장의 외아들 도훈(정윤호)의 마음을 사로잡아 하루 아침에 신분상승하기 위한 '작전'을 펼쳐 결혼까지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사체 암매장 죄를 하류에게만 뒤집어씌워 감옥에 보낸 것도 모자라 부주의로 딸 은별이 교통사고로 죽도록 방치한다.
한 없이 착하고 순수하기만 했던 하류는 은별의 죽음을 계기로 독하게 변한다. 다해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고자 함이다. 그래서 그는 그 수단으로 도훈의 누나이자 사실은 생모인 백학 전무 도경(김성령)을 선택한다. 동생이지만 사실은 아들인 도훈 하나만 바라보고 사느라 회사 밖에는 모르는 40대 초반의 그녀와 결혼하기로 작정하고 그녀에게 접근해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것.
'돈의 화신'의 이차돈(강지환)은 검사시보로서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찬 악의 축 지세광(박상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을 지도검사로 모시느라 고군분투한다. 지세광은 현직 대통령의 멘토인 정치인 정해룡(김학철)을 잡기 위해 그의 비리를 캐던 중 한 살인사건의 배후가 그라는 심증을 굳힌다.
이차돈은 범인이 정해룡의 오른팔 이관수(최진호)라는 확증을 잡고 증거 확보를 위해 이 사건에 우연히 휘말린 복재인(황정음)을 유혹한다. 전신 성형수술 전의 복재인은 천하에 없는 '폭탄'이었다.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사는 그녀는 뚱뚱한 외모로 혐오감을 줄 뿐만 아니라 천방지축의 성격으로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인물.
하지만 이차돈은 토악질을 참으며 그녀에게 접근해 연정으로 위장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여자의 순정마저도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이 더럽고 치사한 출세매뉴얼이야말로 진짜 구역질나는 의도다. 차돈의 속내를 알아채고 분노에 치를 떨며 어머니의 돈을 훔쳐 전신성형수술을 하는 재인의 행위는 나쁘지만 그 상처받은 심리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7급 공무원'의 국가정보원 요원 김서원(최강희)은 선배 요원 장영순(장영남)의 명령으로 IT&TI 그룹 한주만(독고영재) 회장의 아들 한길로(주원)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 회사에 위장취업한다.
예전에 국정원에서 함께 연수받을 때 길로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용해 자신에게 한주만의 정보를 털어놓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다.
길로는 그런 서원의 속셈을 모른 채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말랑말랑해진 서원에게 더욱 끌려 깊게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부모의 마음에 들고야 마는 집요함까지 보인다.
하지만 어느날 길로는 자신의 집을 뒤지는 서원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서원의 원래 목적을 알아챈다.
물론 서원의 마음이 전부 거짓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서서히 길로에게 빠져드는 것을 깨닫고 번뇌한다. 때론 그 임무를 포기할까 고민도 하지만 끝내 걱정하는 장영순에게 '사랑도 일도 모두 함께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녀도 길로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원래의 목적은 한주만의 정보를 캐기 위함이었고 실제 사귀면서도 한편으론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니까.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뒤의 길로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일방통행이었다.
드라마가 아무리 픽션이라고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를 무대와 인물만 바꿔 대입시키는 것이지 먼 나라의 얘기는 절대 아니다.
지난 1월 종영된 SBS 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도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한,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천민' 출신 두 여자의 얘기가 극적으로 그려졌다. 서윤주(소이현)는 예전에 재벌가 상속남에서 졸지에 빈털터리가 된 연인 차승조(박시후)를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청담동에서 딜리버러로 일하는 가운데 지앤의류 회장의 외아들이자 회사 대표이사인 이혼남 신민혁(김승수)을 유혹하는데 성공해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원래 부자로 살아온 시댁 식구들에게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태생적 신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그게 다 욕망을 위해 상대방의 사랑을 이용한데 대한 자업자득이다.
한세경(문근영)은 이제는 로열그룹 후계자의 위치도 되찾고 프랑스가 만든 세계적 명품 아르테미스의 한국지사 회장으로 금의환향한 차승조에게 애초부터 목적의식을 갖고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세경에게 있어서 승조는 먹잇감이고 성공을 위한 최종 목표물이다.
물론 드라마 속의 이 얘기들은 다수의 사연은 아니다. 왜냐면 재벌이나 부자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자들의 리그'에서 사랑이 진정성으로 통용되지 않고, 결혼이란 게 사랑이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이란 것은 명명백백하다.
그렇게 보자면 일반 서민 사이에서도 미묘하지만 그들만의 욕망을 위한 마이너리그는 존재한다. 부자들처럼 수천억원 이상의 재산이 아닌, 수억, 수십 억원을 바라보고 사랑을 팔고 사는 행위가 존재하는 것.
얼마전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부자들에게 시집가기 위해 부자들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 저마다 미모와 섹시함을 뽐내는 중국 베이징 여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다. 그 방송이 보여준 파티는 사랑과 결혼이 순수한 감정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 철저하게 돈으로 젊은 미모를 사고 파는 인간시장에 다름 아니었다.
'청담동 앨리스'에서 그렇게 청담동에 애착을 갖던 서윤주는 결국은 신민혁과 이혼함으로써 모든 기득권을 털어버리고 예전의 '평민'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호화로운 빌라가 아닌, 원룸에서 살며 자수성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는 힘은 들어 보여도 마음만은 편해 보였다. 이제야 편하게 숨쉬면서 세상을 올바로 사는 당당한 여자로 보였다.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거짓사랑은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추악한 출세의 맹목적인 행위다. 하지만 그 위장한 감정으로 목적을 이뤘을 때 행복도 동반될 수 있을까?
'돈의 화신'에서 이차돈에게 상처입은 복재인은 전신성형수술로 섹시하고 어여쁜 여자로 거듭난 뒤 백화점을 누비고 다니며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뿌듯한 마음으로 즐긴다. 이런 딸을 몰라보는 어머니 복화술(김수미)은 '요즘 년들은 뭘 먹길래 저렇게 이기적인 거야'라고 한탄한다.
그렇다. 외모지상주의와 외모를 이용해 사랑을 사고 파는 것은 이기심이고 자가당착이다. 그 결말이 행복하다면 이 세상은 '돈의 화신'들만 살아남고 넘쳐나는 세상이 될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마의'의 강지녕(이요원)은 반가의 규수지만 천한 마의 출신의 백광현(조승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낀다. 신분차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사랑도 진짜 존재하는 게 세상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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