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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타이중 참사' 한국, 어디부터 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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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타이중(대만), 이대호 기자]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회 WBC 준우승. 한국에 있어서 WBC는 야구 강국으로써 자존심을 가질 수 있게 한 대회였다.

당연히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는 컸다. 최소 4강, 운이 따른다면 우승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전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까지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대거 빠져 역대 최약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아무리 전력이 약해도 1라운드 통과는 자신했다.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B조에 속했다. 조 편성 발표 당시에는 1라운드는 무난, 2라운드부터 진짜 대회가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선수들 역시 대만보다는 일본이나 쿠바 쪽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쓴 맛을 보게 됐다.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대만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성적 2승 1패로 대만, 네덜란드와 동률이 됐지만 득실에서 밀려 한국은 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대회 준우승 팀인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는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 선수선발 역대최다 잡음

이번 WBC를 앞두고 무려 7번이나 엔트리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일단 두 명의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추신수가 불참을 선언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첫 대표팀에 선발된 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매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류현진의 불참은 한국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불참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추신수의 불참 선언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병역혜택이 걸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무리해서 출전하더니 이후 열린 첫 국제대회인 이번 WBC는 불참했다.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의 이적, 그리고 포지션 변경까지 추신수가 댄 이유는 있었지만 병역혜택이라는 열매를 따먹은 뒤 곧바로 다음 대회에서 외면했다는 점에서 지탄을 받았다.

국내 선수들은 부상을 이유로 빠졌다.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봉중근과 김광현은 출전할 몸 자체가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빠졌다. 김진우는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제외됐고, 이용찬과 홍상삼은 실제로 부상후 수술을 받아 출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야수 선발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2루와 3루수 백업은 한 명도 안 뽑은 반면 유격수만 3명을 선발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근우의 타격 컨디션이 부진하고 최정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만전 출전을 하지 못했지만 전문 백업이 없어서 강정호가 3루로 이동하기도 했다.

▲ 분위기 잡지 못한 '82라인'

이번 WBC 대표팀 전력의 핵심은 1982년생 동기들이었다. 야수는 이대호와 김태균, 정근우가 있고 투수는 오승환이 있다. 나이나 대표팀에서의 위치, 국제대회 경험 등에서 이들이 대표팀의 분위기를 잡아줘야 할 위치였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진영은 "이번 대표팀은 세대교체가 잘 됐다고 본다. 1982년 동기들이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 분위기는 하나로 규합되기 보다는 연차에 따라 몇몇 그룹으로 나뉘어 따로 움직였다. 더그아웃 앞에서는 이대호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었지만 그 뿐이었다. 이대호가 전면에 나서 큰 목소리를 내면서 진갑용과 이승엽 등 고참들은 입을 다물었다.

대표팀 분위기 자체도 다소 경직돼 있었다. 지난달 13일부터 25일까지 도류구장에서 실시된 전지훈련에서부터 선수들은 말수가 확 줄었다. 본선을 앞두고 느껴지는 긴장감이 아니라 대표팀 소집, 그리고 선후배 관계 속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긴장감이 더 커 보였다. 한 선수는 "고참 눈치 보느라고 말도 제대로 못 한다. 그냥 최대한 눈에 안 보이려고 숨어 다닌다"고 말했다.

▲ '잘 되겠지' 막연한 자신감과 준비 부족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타격 부진이었다. 연습경기 내내 타선은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고, 류중일 감독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WBCI에서 지정한 공식 연습경기였던 27일 대만 군인 올스타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3안타 빈공 끝에 0-1로 졌다. 대회 개막을 목전에 두고 살아나지 않는 타격감에 코칭스태프의 고심은 깊었지만 정작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웃고 떠들기에 바빴다.

대회 개막 전부터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네덜란드는 복병이 아니라 강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는 멤버 구성만 보더라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 들어가자 네덜란드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네덜란드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은 뛰어난 견제능력으로 주자들을 위협했는데 한국 선수들은 전혀 대처가 안 되는 모습을 노출했다.

탈락 위기에 처했던 5일 대만전을 앞두고도 더그아웃에는 낙관적인 분위기만 넘쳤다. 자신감은 선수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별 다른 대책 없이 낙관하는 건 준비 부족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번 WBC 대표팀은 한국야구에 많은 숙제를 남기게 됐다.

cleanupp@osen.co.kr

<사진> 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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