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작전타임] '돌아온 여왕' 김연아 우승이 각별한 세 가지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18 08: 30

'여왕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영국이 아닌 캐나다 런던에서, 또 한 명의 여왕이 다시 한 번 왕좌에 등극했다.
김연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TES) 74.73점 예술점수(PCS) 73.61점을 받아 148.34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69.97점을 더해 총점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종전 아사다 마오(205.45점)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었다.
김연아의 이번 대회 우승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약 2년에 달하는 공백기를 깨고 복귀한 첫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 첫 번째,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했다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쇼트프로그램의 석연찮은 판정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라는 것이 세 번째다.

[김희선의 작전타임] '돌아온 여왕' 김연아 우승이 각별한 세 가지 이유

▲ 2년의 공백, 하지만 녹슬지 않은 여왕의 기량
은반 위에서의 균형감, 음악과의 조화, 스케이트를 신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은 한 번 은반을 떠나면 쉽게 돌아오기 힘든 스포츠 중 하나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 '월드클래스'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경우는 더욱 그렇다.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룬 후 찾아오는 극심한 허탈감과 공허를 극복하고 새롭게 동기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연아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선수들이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룬 후에는 허탈함과 공허를 느꼈을 것이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몸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쉬었다가 바로 돌아오지 않고 생각할 시간과 몸을 만들 여유를 가진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약 2년의 공백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쉬면서 많이 생각했다. 그 결과 내가 가장 오랫동안 해온 것, 그리고 가장 잘하는 것을 한 번 더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은반에 돌아온 이유를 밝힌 김연아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며 단숨에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타고난 재능과 실력만으로 공백을 메웠다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공백기의 부담을 지워버릴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다. 복귀 결정 이후 매일같이 피나는 연습을 반복한 여왕의 노력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다시 꽃피었다.
▲ "올림픽 출전권 2장 이상" 후배 위한 값진 목표
김연아의 우승으로 한국은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한 종목 3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된 것.
당초 김연아의 목표는 올림픽 티켓 2장 이상이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후배와 같이 출전했던 것처럼, 올림픽 경험이 없는 후배들과 함께 출전해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프리스케이팅을 앞둔 김연아의 각오였다.
그리고 자신의 각오대로, 김연아는 4년 만의 대회 우승을 이뤄내면서 목표했던 2장 이상을 거뜬히 달성하는 수확을 올렸다. 이로써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은반에 선 한국 여자 싱글 선수 세 명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김연아 키즈'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게된 것이다.
[김희선의 작전타임] '돌아온 여왕' 김연아 우승이 각별한 세 가지 이유
▲ '상대적 차별'도 이겨낸 압도적 실력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며, 심판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 롱에지 판정이 국내외 언론의 잇딴 비난을 받은 것은 이제까지 축적되어 온 판정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었다.
특히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가 연달아 점프에서 착지 실수를 범하고도 66.86점을 받았고, 아사다 마오(일본) 역시 트리플 악셀에서 두 발로 착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산점까지 받았다는 점이 판정에 대한 의혹을 부채질했다. 이들이 받은 점수에 비하면 김연아가 받은 69.97점은 너무 박하다는 것이다.
자연히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김연아가 '상대적 차별' 때문에 불리한 판정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로 은반 위에 선 김연아는 훌륭한 연기로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쇼트프로그램 트리플 플립에서 석연찮은 롱에지 판정을 받은 것이 오히려 김연아를 자극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공백기 없이 시즌을 치른 선수들도 버거워하는 프리스케이팅을 실수 하나 없이 깔끔하게 소화한 김연아는 클린으로 연기를 마무리하며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 들어가는 7개의 점프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완벽했다. 플립과 러츠는 교본을 옮겨다놓은 듯 했고, 연결점프도 완벽했다.  석연찮은 판정도 어쩔 수 없었던 여왕의 연기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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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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