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꽃’ 최우석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 바라지 않아요”[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3.22 10: 58

최우석은 꽤 호감 가는 인상을 지닌 배우였다. 키도 훤칠하고 섬세하면서도 강한 얼굴선을 가진 연기자. 바르고 곧은 성격의 배우일 거라는 생각은 들어맞았다. 얘기를 나눌수록 참 솔직하고 현실적인 배우였다.
이렇게 현실적인 배우가 된 데는 아무래도 오랜 무명시절이 크게 영향을 줬다. 연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2006년 KBS 2TV 어린이 드라마 ‘이레자이온’의 주인공을 꿰차 ‘이대로 탄탄대로겠지’ 생각했지만 이후 3년이나 쉬어야 했다.
“처음에는 잘될 줄 알았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금방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광고도 해서 ‘진작에 할 걸 그랬네’하면서 기대했죠. 그런데 그 후로 오래 쉬었어요. 쉬면서 간간이 단역을 하면서 높은 벽을 느꼈어요. 좌절하고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방황했죠. 이 길만 바라보고 왔는데 정체성도 흔들리고 암흑기가 길었던 것 같아요.”

‘가시꽃’ 최우석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 바라지 않아요”[인터뷰]

처음 연기자 데뷔 제안을 받았을 당시 최우석은 연예인의 화려한 단면만을 보고 덜컥 결정했다. 먼저 데뷔한 친구도 연예계 생활 시작에 크게 작용했다.
“고등학교 때 잡지 촬영을 하면서 화려한 것에 대한 추상적인 마음이 강했어요. 연예인이 돼서 이목을 받고 싶었어요. 친구가 연예인이었는데 그걸 부러워하고 동경하면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죠. 누군가 날 찾아주길 바랐는데 한 기획사 대표님이 알아줘서 굉장히 행복하게 일했어요.”
‘가시꽃’ 최우석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 바라지 않아요”[인터뷰]
그러나 쉽지 않았던 연예계 생활은 최우석에게 계속해서 ‘절망’, ‘포기’, ‘좌절’이라는 단어와 부딪히게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힘들게 하는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최우석을 더 괴롭게 했다.
“저는 견딜 수 있는데 가족들과 친구들의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면서 저를 보는 시선이 힘들더라고요. 나는 힘낼 수 있는데 주변에서 지치니까 견디기 힘들었죠. 아르바이트도 해봤는데 그건 한 달을 버티는 시간밖에 안 되더라고요. 오디션을 보는 시간을 이해해주는 것도 아니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아르바이트를 해서 바짝 돈을 모아놓고 긴축하면서 살았죠. 그때 가족과 친구들. 이 사람들 없었으면 못 버텼을 거예요.”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은 오는 법. 2011년 최우석에게 일일극 출연 기회가 왔다. 바로 아침드라마 ‘복희누나’. 최우석은 ‘복희누나’ 출연을 ‘인생의 전환점’, ‘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큰 의미를 뒀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는데 세 번 정도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됐어요. 그때 ‘아직 내가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다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저한테 기적이 일어난 거죠.”
최우석은 ‘복희누나’를 통해 배우로서 연기력도 인정받았고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팬도 생겼다. 또다시 희망이 생기는 때였다. 그렇게 연기활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듯했으나 의지와 상관없이 또 연기를 쉬어야 했다.
‘가시꽃’ 최우석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 바라지 않아요”[인터뷰]
그러나 또 연기를 포기하려고 할 때 JTBC 일일드라마 ‘가시꽃’ 출연 기회가 왔다. 포기할 때쯤 기회가 찾아오고, 또 포기할 때쯤 기회가 찾아오고. 그래서 최우석은 연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가시꽃’의 이홍구 작가 선생님과 인연이 있었는데 제가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항상 기운을 주시고 연기적으로 가르침도 주시고 잘 챙겨주셨어요. 이홍구 선생님이 ‘복희누나’ 드라마를 모두 보고 제가 나온 드라마 스폐셜 ‘복마전’까지 보고 캐스팅을 추천해주셨어요. 김도형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 선한 이미지가 좋다고 하시면서 캐스팅해주셨죠.”
‘가시꽃’ 출연이 결정되고 촬영 현장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느낌은 말 그대로 행복, 기쁨 그 자체였다.
“마냥 행복했어요. 내가 뭔가 하고 있으니까 좋았죠.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서 현장이 재미있고 행복해요.(웃음)”
오랜 시간 무명을 겪은 후 중년이 돼서야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배우들이 있듯이 최우석 또한 그런 성공을 바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다”였다.
“오래 힘들었던 만큼 현실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최대한 나 자신과 직면해서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활동하려고 하지 행운을 바라지는 않아요. 누군가를 보고 ‘언젠가 저렇게 될 거야’라는 생각은 안 해요. 어떤 역할이라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롱런하고 싶어요. 어디까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얼마나 오래 연기할 수 있느냐가 목표예요.”
kangs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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