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 끝없는 추락, 탈출구가 안보인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4.06 11: 5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KBS 2TV의 간판 가요프로 '뮤직뱅크'가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AGB닐슨 집계에 따르면 5일 방송분의 전국 시청률은 2.2%. 금요일 오후 6시 시간대 지상파 TV 3사 프로들 가운데 최하위, 단연 꼴찌다.
주말 연휴의 시작인 금요일이고 한창 퇴근 무렵인 오후 6시라는 방송 편성의 불리함을 탓하기만도 애매하다. 바로 전 오후 5시 같은 KBS 2TV '뉴스타임'의 시청률이 2.1%다. '뮤직뱅크' 다음에 방송되는 일일 시트콤 '일말의 순정'에서는 6%로 쑥 치솟는다. 아이돌과 걸그룹이 대거 출연하는 전통의 가요프로가 앞 뒤 뉴스와 시트콤 사이에서 죽을 쑤는 현재 시청률 상황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타 방송국과 비교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시간대 KBS 1TV '6시 내고향'은 9.2%로 압도적 1위다. '6시 내고향'과 비슷한 포맷의 SBS '생방송 투데이'는 4.7%, MBC '원더풀 금요일' 3.6%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다 '뮤직뱅크' 보다는 저만치 앞서있다. 일요일에 방영되는 SBS 가요프로 '인기가요'와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뮤직뱅크' 끝없는 추락, 탈출구가 안보인다

그럼에도 가요계에 대한 '뮤직뱅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프로에 소속 가수를 출연시키기 위한 가요 기획사들의 노력은 처절할 지경이다. 심지어 방송사 출입 경력이 오래된 매니저들에게 큰 돈을 걸고 프로 출연을 섭외케하는 브로커 방식까지 등장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가요관계자들의 바람과 달리 시청자는 '뮤직뱅크'를 외면하는 중이다. 순위 선정의 공정성 시비는 어느 가요프로나 시상식들의 공통된 문제니 그렇다 치자. 주요 음원차트 등의 인기 순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출연 및 수상자 선정 방식은 '뮤직뱅크'의 시청률 1%대 추락을 걱정하게 만든 주요원인으로 보인다.
한 가지 예만 들면, 지난해 상반기 '벚꽃엔딩'으로 가요계를 휩쓸었던 신인 3인조 그룹 버스커버스커는 단 한 번 '뮤직뱅크' 출연하지 못했고(안한 건지도 모르겠다) 수상 발표도 없었다. 이들이 2000년대들어 전무후무한 1년여 시차를 두고 다시 '벚꽃엔딩'으로 음원차트 1위에 복귀한 지금도 사정은 똑같다. 여기에는 지상파 TV들의 확실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버스커버스커가 케이블 엠넷 '슈퍼스타K'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출연 제약을 받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반에 깔려 있다.
'뮤뱅' 제작진이 만약 시청자에게 이 프로를 사랑받게 만들고 싶었다면 어떻게든 버스커버스커를 출연시켜야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시청자를 주인으로 생각해 프로을 만드는 공영방송 제작진의 참된 마음가짐이고 쑥쑥 올라가는 시청률로 다시 시청자 사랑을 받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또 출연 가수나 그룹의 수를 가급적 늘이려다가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는 폐단도 자주 보인다. 예전 한 신인 걸그룹의 경우 오랫동안 공을 들인 데뷔곡을 갖고 어렵게 어렵게 '뮤직뱅크' 출연 성사를 시켰지만, 방송 시간 상 곡의 길이를 줄이라는 요구를 받고 황당해 한 경우까지 있다. 지금도 힘없는 중고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지 거대 방송국의 눈밖에 날까 두려워 쉬쉬하며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이다.
하나 더. '뮤직뱅크' 등 TV 가요프로들이 K팝 한류의 세계 보급을 이유로 국내 아이돌그룹들을 패키지처럼 묶어 해외 공연을 하는 것도 큰 문제다. 단기적으로는 명절 종합선물세트처럼 K팝스타들을 한 무대에서 한 번에 볼수있다는 잇점으로 인해 아시아 각국의 한류 팬들이 비싼 입장권을 내고 방송사들의 이같은 행사에 몰려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이 보장된 행사고 한 방송사는 초상권과 저작권이 보장된 출연 가수들의 관련 캐릭터 상품들을 소속사 동의조차 받지않고 현장에서 파는 상식 이하의 행동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짬뽕 무대가 남발되면 각 그룹들의 단독 콘서트에는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가요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장기적으로도 K팝스타들이 억지 춘향으로 자기 순서에 노래 한 두곡 부르고 나오는 식의 함량 미달 무대는 해외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줄 뿐이다.
추락하는 '뮤뱅' 시청률에 다시 날개를 달 묘약은 없는걸까? 시청자를 위한 가요프로라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때 그 때 대중들이 가장 듣기를 원하는 가수의 무대를 방송에서 수준 높은 공연으로 보여주고, 순위 집계에도 최대한 공정성을 지키는 게 그 첫째다.
그리고 K팝 확산은 방송사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해외 공연에서가 아니고 각 K팝 가수들이 자유롭게 수준 높은 해외 각국 투어를 돌 때에 더 빠르게 널리 퍼진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게 둘째다. 두 가지만 지켜도 '뮤뱅'은 다시 시청자 사랑을 받는 최고 전통의 가요프로로 복귀할 게 확실하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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