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심방지, 심판들 노력만으로 안된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5.09 08: 39

심판도 사람이다. 오심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2012-2013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은 울산 모비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챔피언 서울 SK에 4연승을 거뒀다. 모비스는 정정당당한 승부에서 실력으로 SK를 눌렀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챔프 2차전 마지막에 나온 오심 때문이다. 
상황은 경기종료 1.7초전 SK가 58-59로 뒤진 상황에서 나왔다. SK 김선형이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외곽으로 뺐다. 공은 모비스 라틀리프의 왼손에 맞고 아웃됐다. 그런데 심판은 모비스의 공을 선언했다. 육안으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결국 3심이 모여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중계방송의 느린 화면에 라틀리프의 터치아웃이 명백하게 잡혔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판은 나중에 나온 느린 화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강현숙(58) KBL심판위원장은 7일 인터뷰에서 “당시 심판들이 다시 봤던 경기장면으로는 SK의 터치아웃이 맞았다. 이미 판정이 내려진 후 경기가 속개될 때 느린 화면이 나와 (오심으로) 확인이 됐다.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KBL 경기규칙 제13장 비디오 판독편 4항을 보면 “비디오 판독은 가급적 2분 이내에 실시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강제성은 없는 권고조항이다. 이날 비디오 판독에는 1분 정도의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해당심판이 경기운영에 좀 더 여유를 가졌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오심이었다. 결국 해당 심판진은 잔여시리즈에 출장금지 징계를 받았다.
강 위원장은 “지난 동부와 인삼공사의 챔프전에서 비디오판독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해당심판이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았다. 판정은 100%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오심은 심판들의 노력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 경기규칙 5항을 보면 “비디오 판독용 화면의 소스는 방송국의 녹화 화면으로 한다. 만약, 경기장 방송 설비 장애로 인한 방송국 녹화 화면 미확보 시 비디오 판독은 시행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방송국 중계화면은 분명히 판정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방송국과의 협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구중계 경험이 많은 스포츠전문 방송사의 경우 비디오 판정을 할 때 다각도의 느린 화면을 제공해 판정을 돕는다. 통상적으로 10초 정도 지나면 느린 화면이 나온다. 그런데 챔프 2차전을 중계한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중계경험이 적어 약 30초가 지난 후에야 느린 화면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심판이 느린 화면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지난 오심은 불가항력이 아닌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비디오 판정에 5분 이상을 할애하기도 한다. 판정이 길어져도 우리처럼 거칠게 항의하는 코칭스태프가 없다. 또 판정이 나오면 불만 없이 즉각 수용한다. 중계방송 영상만 판정에 쓰이는 KBL과 달리 NBA는 방송되지 않은 다각도의 영상도 심판이 볼 수 있다. 방송에 쓰이는 카메라의 대수도 KBL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BA도 오심이 나온다. 우리는 어쩌면 심판에게 ‘초인’이 되길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현숙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은 잘해야 본전인 직업이다. 판정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산다. 오심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일부러 시리즈를 길게 가려고 특정 팀을 밀어준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도 들었다. 편파판정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호소했다.
오심 방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헐리웃 액션’으로 파울을 얻어 보려는 선수들, 심판을 하대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감독들이 있는 한 판정시비는 사라질 수 없다. 강 위원장은 “심판들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 감독과 선수도 심판을 믿어줘야 한다. 풍토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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