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제의 프리즘] 추신수, '명예의 전당'을 향해 쏴라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3.05.13 08: 01

피트 로즈(72) 조 모건(70) 조니 벤치(66) 토니 페레스(71).
올 시즌 들어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의 맹활약을 지켜보면서 새삼 떠올리게 되는 이름들이다.
이들은 지난 1960~1980년대에 걸쳐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추신수의 신시내티 선배 레전드들이다. 자격이야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지만 신시내티 감독 시절이던 1989년에 2년 전 자신의 팀 경기를 놓고 도박에 직접 참여한 혐의로 야구계서 영구 제명된 로즈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타들이다.

신시내티는 이들을 앞세워 1975, 1976년 월드시리즈를 2연패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의 활약상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국내에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이던 당시 주한미군의 지상파 채널이던 AFKN-TV를 통해 한국 야구팬들도 생생히 즐길 수 있었다.
신시내티서 태어나 1963년 연고지 구단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피트 로즈는 1979년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뒤 1984시즌 후 돌아와 감독 겸 선수를 맡아 1986년까지 뛰고 은퇴했다. 우투양타로 1루수로 주로 뛰면서 2루수 3루수 좌익수 우익수로도 두루 활약했던 로즈는 역대 최다인 통산 4256안타에 160홈런 1314타점 1566볼넷 및 타율 3할3리를 기록한 전형적인 교타자로 리그 최다안타왕 7회, 타격왕 3회에 200안타 이상 시즌이 무려 10회나 되는 '안타 제조기' 였다. 볼넷도 1566개를 기록했고 출루율 1위도 3차례 차지했으나 도루 능력은 홈런(시즌 최다 16개)과 함께 아주 뛰어나지는 않아 198개(시즌 최다 20개)에 그쳤다. 196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했고 1973년 리그 MVP, 1975년 월드시리즈 MVP의 영예를 누렸다.
170cm의 단신으로 발 빠르고 선구안 좋은 우투좌타 2루수로 타격 준비 때 왼팔의 특이한 동작이 인상적이었던 조 모건은 1963년부터 1984년까지 메이저리그서 뛰면서 통산 2517안타 268홈런 1133타점 1865볼넷 689도루에 2할7푼1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1972~1979년 신시내티 소속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리그 출루율 1위 4회에 이 중 1976년에는 장타율 1위까지 겸했고 1975, 1976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고 1990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데 이어 1998년에는 신시내티서 8번이 영구 결번됐다.
1967~1983년 메이저리그서 활약한 우투우타 포수로 전성기 시절 4번 타자였던 조니 벤치는 신시내티서만 뛴 프랜차이즈 캡틴이었고 주전 포수이면서도 필요 시 1루수 3루수 외야수도 겸업했다. 통산 2048안타 389홈런 1376타점에 2할6푼7리의 타율을 마크했다. 1968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이어 1970, 1972년 홈런 타점왕에 오르면서 리그 MVP까지 휩쓸었고 1972년에는 올스타전 MVP에도 선정돼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1976년에는 월드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은퇴 직후인 1984년 신시내티서 5번이 영구 결번됐고 1989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1964년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쿠바 출신으로 신시내티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우투우타 1루수 토니 페레스는 1976년까지 줄곧 뛴 뒤 이적했다 1984년 돌아와 1986년까지 활약했다. 통산 2732안타 379홈런 1652타점에 타율은 27할7푼9리를 기록했다. 리그 타이틀을 손에 넣은 적은 없으나 3루수로 주로 뛰던 시기인 1967년에는 올스타전 MVP를 수상했고 2000년 신시내티서 24번이 영구 결번됐고 같은 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으나 풀타임 6년차로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이 781안타 90홈런 390타점 362볼넷 89도루에 타율이 2할9푼인 추신수를 이들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실적이 부족하나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빼어난 활약이 앞으로 계속되고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다면 쿠퍼스타운 입성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추신수는 올 시즌서 13일 현재 37게임에 나와 43안타 7홈런 17타점 29득점 25볼넷 4도루로 타율 3할9리에 출루율 4할5푼1리, 장타율 5할4푼7리로 공격 전부문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을 이끌고 있다. 특히 출루율 서는 내셔널리그 1위,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명예의 전당은 동양인에게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찬호(40) 노모 히데오(45) 등 동양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빅리그에 뛰어든 게 1990년대 중반이고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이룩한 성과를 떠나 현재는 자격이 없다.
현재 동양인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만한 후보는 박찬호 노모 외에 스즈키 이치로(40, 뉴욕 양키스)와 마쓰이 히데키(39) 정도가 있다. 이 중 기록적인 측면을 따지면 이치로가 제일 뛰어나나 아직 현역이라 가장 먼저 헌액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이치로는 2011시즌부터는 타율이 2할대로 내려가며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서 신인왕 및 아메리칸리그 MVP를 석권한 것을 시작으로 10년(2001~2010년) 연속 200안타-3할-골드글러브-올스타에 최다안타왕 7회, 타격왕 2회, 도루왕 1회 등 어마어마한 기록을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및 감독 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의 전당 입성은 매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심사 및 표결을 통해 결정된다. 선수의 경우 현역으로 10년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하고 은퇴한 지 5년이 지나야 한다.
미국야구기자협회는 가입 회원 중 10년 이상 취재 활동을 한 기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 75% 이상의 득표를 해야 명예의 전당 입성을 허용한다. 여기에는 메이저리그 성적뿐 아니라 그동안 알려진 사생활 및 인성 등도 고려 대상이 된다.
메이저리그 입성 여부가 베테랑 기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운데 기자와 취재원 사이를 흔히 설명하는 표현으로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다. 둘 사이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좋지 않다는 의미로 적당히 필요한 만큼 친밀함도 필요하나 너무 밀착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추신수 또한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욱이 미국 언론계는 한국과 전반적인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은 거대한 땅덩어리만큼이나 언론사도 많은 데다 전국을 커버하는 신문 혹은 유력지보다 지역지의 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경우 해당 연고 구단에 대한 지역지의 보도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불미스러운 일이나 성적 부진과 관련해서는 해당 지역지 기자들은 관계자 혹은 당사자에게 "그만둘 생각이 없냐" 는 등 '돌직구성' 질문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기자로서 능력을 전반적으로 평가 받기 보다는 '무슨 기사를 썼느냐'에 의해 승진 혹은 유력지로 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신수가 기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추신수 본인이 명예의 전당 입성을 기대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기왕 모든 야구 선수들의 로망인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굳건히 잡고 있는 이상 명예의 전당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OSEN 대표이사 편집국장 johnamj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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