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 이 '나쁜 기집애'의 확고한 신념[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3.06.03 23: 59

씨엘은 나쁘다. 그래서 통했다. 아주 글로벌하게.
16살의 나이에 YG 엔터테인먼트에 입문한 씨엘은 4년의 연습 기간과 3년의 가수 생활을 보냈다. 7년간 YG에서 자라난 씨엘은 무섭게 성장했고,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소유하게 됐다.
지난달 28일 첫 솔로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씨엘은, 국내 여성 가수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한 힙합퍼로 변신했다. 자신을 '나쁜 기집애'라고 외치는 씨엘에게는 보는 이들을 흡입케 하는 후광이 반짝였다.

씨엘의 후광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국내 전 음원 차트를 올킬했으며 미국 빌보드에서는 '확실한 개성이 돋보이는 여성 가수이며 마치 니키 미나즈를 연상케 한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씨엘의 이러한 성과는 그의 확고한 신념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언론 인터뷰를 가진 씨엘은 무대 위의 강렬함 대신 서글서글한 귀여운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블랙 의상에 금발을 늘어뜨린 씨엘에게서는 여성미가 흘러넘쳤다. 인터뷰 하루 전 '나쁜 기집애'의 첫 무대를 마친 씨엘에게 소감을 먼저 물었다.
"100% 만족하진 않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랜만에 새로운 무대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팬들도 많이 와주고 2NE1 멤버들도 응원와줘서 힘이 났어요."
씨엘의 첫 솔로곡 '나쁜 기집애'는 YG 대표 프로듀서 테디의 작품이다. '나쁜 기집애'라는 다소 센 제목 역시 두 사람이 말장난 중 나온 단어란다.
 
"지난해에 테디 선배님과 말 장난하던 중에 '나쁜 기집애'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선배님이 저한테 어울린다며 추천해줬죠. 저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테디 선배님이 곡을 써줘서 정말 기뻐요. 제가 직접 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선배님이 작업할 때 항상 옆에 있었어요. 상의하며 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죠. 내가 어떻게 이 곡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 즐거운 고민의 시간을 보냈죠."
'나쁜 기집애'는 느린 힙합 곡이다. 국내 여성 솔로 가수가 정통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 씨엘에게는 대중성 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녀의 확고한 신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중 가요보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긴 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가장 먼저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듣는 분들이 즐겨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선 들려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씨엘은 음악 작업 과정과 가수로서의 포부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고 진지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진정한 워커 홀릭이었다.
 
"사실 이번에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의상, 퍼포먼스, 노래 등 모든 것을 회의할 때 즐겁게 임했어요. 스태프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이번에야 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던 것 같아요."
씨엘은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지만, 은근한 섹시미도 돋보였다. 화려한 장신구와 더불어 예뻐진 미모도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섹시하다고요? 사실 저는 멋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상했어요. 섹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멋있는 여성이 되고 싶어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아, 다이어트는 하고 있답니다(웃음)."
무대 위에서와 무대 밖에서의 씨엘은 다소 달랐다. 무대 밖에서는 씨엘이 아닌 채린으로 분했다. 채린은 무대 위 강인한 씨엘과는 달리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면이 많았다.
"무대 위 이미지 때문에 제가 굉장히 잘 놀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놀 줄도 모르고 놀아도 재미가 없어요. 워커홀릭인 것 같기도 해요. 오직 음악을 하고 작업을 하고, 무대 위에 오를 때만 즐겁거든요. 제 유일한 취미는 요리에요. 요리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에게 종종 음식을 해주는데 맛있다고 해요. 씨엘과 채린을 구분하려는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가족, 친구들을 만날 때만큼은 채린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2NE1을 비롯해 씨엘은 항상 '여성'을 강조한다. 이는 씨엘의 신념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인에 비춰진 아시아 여자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여성성에 대해 말하는 씨엘의 표정은 인터뷰 중 가장 강한 신념을 담아낸 듯 단호했다.
 
"제가 외국인 학교를 다녔는데, 외국인들은 아시아 여자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확고하더라고요.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반대인 면도 있었어요. 그런 외국인 친구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했기에 자라나면서 제 안에 '이 틀을 깨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제레미 스캇과 윌 아이엠이 저에게 '아시아에 너처럼 힙합을 좋아하고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는 여자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멋있는 여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요."
씨엘은 자신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진할 큰 꿈을 안고 있었다. 이미 같은 소속사에서 지드래곤이 솔로 월드투어를 성공시킨만큼 그의 목표 역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성 랩퍼로서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제 피 안에 힙합이 흐르기 때문에 힙합을 베이스로 다양한 음악성을 보여줄 거예요.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내가 인정할 수 있을만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월드투어를 하게 된다면 정말 좋겠죠. 생각만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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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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