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톤 다운 된 슈트를 입고 돌아온 슈퍼맨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6.11 21: 06

돌아온 슈퍼맨은 상징과도 같은 빨간 팬티를 벗어버리고 새롭게 착용한 쪽빛 슈트만큼이나 톤다운 돼 있었다. 스펙터클은 가히 압도적이었고 컴퓨터 게임 마냥 인물들의 움직임도 현란했지만, 슈퍼히어로의 존재론적 고민이라는 묵직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결 진지한 리부트 버전이다.
슈퍼맨의 기원을 다룬 영화 ‘맨 오브 스틸’(잭 스나이더 감독)이 지난 10일 CGV 용산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리부트 버전인만큼 새롭게 탄생한 슈퍼맨이 기존과 얼마만큼 다를지에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뚜껑을 연 영화는 제작과 스토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색체가 가득 묻어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배트맨을 그리며 슈퍼히어로물의 새 장을 열었던 놀란은 이번 ‘맨 오브 스틸’에서도 초월적 능력이 외려 슈퍼히어로 당사자에게는 고통이 되는 진실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영화는 멸망해 가는 크립톤 행성의 과학자 조 엘(러셀 크로우 분)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칼 엘(헨리 카빌 분)을 캡슐에 태워 지구에 보내는 것으로 출발한다. 지구에서 평범한 농사꾼 부부 밑에서 자란 칼 엘은 클라크라는 이름으로 성장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능력과 힘에 왕따를 당하기 일쑤. 스스로가 인간이 아님을 자각한 클라크는 자신을 능욕하는 상대를 제압할 능력을 충분히 지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 한 번 쓰질 못한다. 인간과 다름이 노출될 경우 당하게 될 차별의 시선이 두려운 그는 겉돌기 시작하고 선원으로, 술집 직원으로 유랑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위험에 처할 때면 번개처럼 나타나 능력을 발휘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행동을 계속하던 중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일리 플래닛의 열혈 기자 로인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을 만나면서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영화는 이 같은 과정을 그리며 물리적으로 막대한 파워를 지녔음에도, 지구에서는 타자화 돼 심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클라크의 심리를 초반 공들여 묘사한다. 다소 지루하게까지 여겨지는 이 같은 과정은 그러나 클라크를 기른 지구인 아버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의 헌신으로 인해 슈퍼히어로의 특별한 고민에서 보편성을 획득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버지로 인해 존재 목적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된 클라크는 이후 자신의 종족이자 지구를 초토화시키려는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 분) 무리와 격전을 벌이게 되고 이때부터 영화는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영화 '300'을 통해 인상적인 액션 비주얼을 선보였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장기는 '맨 오브 스틸'에서도 빛을 발한다. 인간 보다 몇 배는 우월하게 진화한 크립톤인들이기에 치고받는 둘의 대결에 마천루는 힘없이 주저앉고,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과정이 압도적이다. 시각적 볼거리 외에 크립톤 행성에 근원을 둔 같은 종족임에도 존재 목적이 갈리기에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결국 최후 선택을 하는 클라크의 모습에선 뭉클한 감정마저 솟아난다.
다만 압도적인 액션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최첨단의 도시를 사정없이 때려 부수는 과정도 반복해서 보다보면 자극의 강도 또한 낮아진다. 그러다보니 143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또한 클라크의 내적 갈등도 겉으로 드러나는 안티 캐릭터와의 확실한 부딪침이 없어 다소 지루하게 다가오는 것도 약점이다.  
6월 13일 개봉. 3D, 4DX로 만나볼 수 있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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