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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수비방해의 궁극적 의미는 ‘부당이득 환수’


야구는 선과 공간을 이용한 일정한 규격 안에서 몸싸움 형태가 아닌 공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행해지는 운동경기이지만, 전진과 방어라는 대치정국 아래 몸으로 직접 득점을 만들어내야 하다 보니 선수들간의 신체접촉은 생각보다 잦은 편이다.

그래서 규칙에서는 공격을 하는 쪽과 수비를 하는 쪽의 불공정 피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는데, 수비방해와 주루방해가 바로 그것이다.

이중 올 시즌 유독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각양각색의 수비방해 선언과 수비방해 유발 관련 장면들을 돌이켜보면 수비방해 규칙이 마련된 본질적 의미와 올바른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하나 좋은 공부거리로 삼을 만하다.

우선 가장 먼저 주목을 끌었던 수비방해 장면은 지난 4월 18일, 롯데전(사직)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2루주자로 나가 있다가 이성렬이 친 유격수쪽 땅볼타구에 고의로 발을 대 자신은 물론, 타자주자까지 더블아웃되고 말았던 이택근(넥센)의 수비방해.

만일 이 상황에서 수비방해가 선언되지 않았다면 타구에 직접 닿은 이택근만 아웃되고, 타자주자 이성렬은 기록상 내야안타를 얻을 수 있었지만 심판원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병살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줄이고 덤으로 기록까지 챙겨가는 공격 팀의 부당이득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1개월 후인 5월 18일에는 KIA전(잠실) 9회 말 1사 2루 상황에서 2루주자로 나가 있다가 대타 권용관의 3루땅볼 때 타구처리 중이던 KIA의 3루수 고영우와 접촉을 일으킨 LG 김용의에게 수비방해가 선언되었다.

특이한 것은 2루주자 김용의의 신체적 접촉이 일어났음에도 KIA 3루수가 타구를 잘 잡아 타자주자 권용관을 1루에서 아웃시켰다는 점. 대개 공격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수비방해는 없었던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심판원은 수비방해를 선언해 타자주자의 아웃을 취소하고 3루로 뛰던 김용의를 대신 아웃시켰다.

만약 이 상황에서 2루주자 김용의를 그대로 놔두었다면 공격 상황은 2사 3루. 그러나 심판원의 수비방해 적용으로 상황은 2사 1루로 바뀌었다. 아웃카운트는 같았지만 공격 팀의 2개루 부당이득 분이 환수조치 된 것이다.

한편 5월 14일 SK전(광주) 만루상황에서 귀루 도중 완만한 플라이볼 타구를 잡으려 달려들던 유격수 김성현과 충돌하며 수비방해로 아웃을 당한 김상훈(KIA)의 경우는 판정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공격 팀의 손해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귀루가 늦어 타자주자와 함께 병살을 당할 수도 있었던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수비방해 규칙이 갖고 있는 정신에 입각하자면 2루주자 김상훈은 물론 타자주자의 아웃까지도 가능한 상황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수비방해 상황이 자주 발생되는 지역으로 첫 손꼽히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의 타자의 포수 수비방해다. 대개는 타자가 포수의 수비를 방해한 경우, 타자를 아웃으로 하고 주자는 귀루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조치의 원리이지만, 벌어진 상황에 따라 그 처리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24일 한화와 삼성전(대전) 3회초 삼성 공격에서는 볼카운트 1S-2B, 4구때 1루주자 김상수(삼성)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화 포수 박노민이 송구동작 중 타자 배영섭이 헛스윙한 배트에 어깨부근을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림상 이는 타자의 포수 수비방해로 볼 수 있지만 이때는 벌어진 플레이를 무효로 하고 도루를 시도한 주자는 귀루시키는 것이 규칙의 올바른 적용이다.

당시에는 한화측의 어필도 없었고 심판진도 수비방해 장면을 확신하지 못해 김상수의 도루를 그대로 인정하고 넘어갔지만, 규칙 6.06에 따르면 주자는 귀루조치다. (배영섭의 헛스윙은 스트라이크가 되며 2S-2B에서 공격은 계속) 아울러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그 여세로 백스윙 동작 등에 의해 방망이가 포수에게 닿은 경우, 고의가 아니라면 타자는 수비방해로 아웃되지 않음을 규칙이 명시하고 있다.

만일 박노민이 타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송구해 주자 김상수를 아웃시켰다면? 이때는 방해는 없던 것으로 간주되어 주자의 아웃은 유효이다. 공격측이 수비방해로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KIA전에서는 도루저지를 위한 포수의 송구가 타석에 서 있던 타자의 방망이에 맞아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간 틈에 공격측 주자가 어부지리로 득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5-2로 넥센이 앞서가던 7회말 1사 2루때 KIA의 포수 차일목은 2루주자 장기영(넥센)이 3루 도루를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송구를 시도했는데, 던진 공이 그만 헛스윙 삼진아웃된 넥센의 박병호가 들고 있던 방망이에 맞고 중견수 쪽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2루주자 장기영이 일거에 홈까지 들어온 일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타자의 수비방해가 선언되지 않자 KIA의 선동렬감독은 곧바로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이의를 제기했는데, 결과는 무소득. 분명히 송구가 타자의 배트를 맞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음에도 왜 심판진은 타자 박병호의 수비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역시 규칙 6.06에 의한 조치였다. 타자가 타자석을 벗어나 포수의 수비나 송구를 방해했다면 당연히 수비방해가 인정되어 타자가 아웃되고 주자는 귀루조치가 되었겠지만, 이날 현장의 심판진은 타자 박병호가 타자석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고, 들고 있던 방망이도 스윙 후의 자연스런 여세로 전혀 고의성이 없는 동작이었다라고 판단, 타자의 수비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수 차일목은 황당한 상황 앞에서 아무런 소득 없이 악송구(?)를 저지른 책임만 전가되어 억울한 실책 하나를 추가)

피해를 본 KIA 쪽에서 볼 때는 넥센의 부당이득처럼 보였겠지만, 상대방인 넥센으로서는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KIA가 와서 들이받은 격으로, 심판진은 이날 넥센의 어부지리 득점을 반칙행위에 의한 부당이득으로 해석하지 않았기에, 타자 아웃이나 주자 귀루조치와 같은 부당이득 반환을 명령하지 않았던 것이다.

야구에서 순간적으로 방해에 관한 적법성을 가려내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수비방해 선언을 고민하는 순간, 공격 측이 범법행위인 수비방해로써 얻어낸 이득과 피해자 측의 부당 손실을 비교해  손익을 저울질해 본다면 보다 용이한 규칙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워장
<사진>김용의가 수비방해를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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