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윤근영, 왜 공 하나 못 던지고 내려갔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6.27 06: 33

지난 2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삼성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구원등판한 투수가 공 하나 던지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이다. 비운의 주인공은 한화 좌완 투수 윤근영(27)이었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한화가 3-2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8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 삼성이 우타자 조동찬 타석에서 좌타자 우동균을 대타 기용하자 한화 벤치는 우완 투수 김광수를 내리고 좌완 투수 윤근영을 호출했다. 윤근영은 우측 불펜에서 불펜카를 타고 나와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윤근영은 연습구조차 던지지 못한 채 마운드를 급하게 내려와야 했다. 류중일 감독 이하 삼성 벤치에서 무언가를 항의했고, 구심을 맡은 원현식 심판위원이 기록원에게 확인한 뒤 윤근영을 '출전 불가 선수'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한화 벤치에서도 김성한 수석코치가 재차 항의를 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23일 문학 SK·롯데전에서 문제된 것처럼 투수가 새로운 이닝의 투구를 위해 파울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부상이 아닌 이상 한 타자를 상대로 무조건 투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윤근영이 이날 경기의 '출 전불가 선수'로 25인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윤근영이 제지없이 공을 던졌으면 부정선수로 발각돼 자칫 징계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프로야구 1군 엔트리는 26명이다. 그 중에서 25명만이 경기 출전이 가능하며 나머지 1명은 이른바 '세모(△)' 선수로 분류돼 1군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당일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는 신분이다. 이날 윤근영이 바로 25명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세모 선수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삼성 벤치의 기록원이 이를 간파해 항의했고, 이것이 정확하게 잘 받아들여졌다. 
보통 세모 선수는 다음날 선발투수가 들어간다. 한화는 이미 27일 대전 삼성전 선발로 데니 바티스타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바티스타는 어깨 피로 누적으로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있었고, 한화에서는 다음날 선발투수가 아닌 어느 누군가를 세모 선수로 분류해야 했다. 그 선수가 다름 아닌 좌완 윤근영이었다. 
그러나 한화 벤치를 이를 미처 간파하지 못했는지 승부처에서 윤근영을 마운드에 올렸다가 급하게 내리는 촌극을 벌여야 했다. 최근 중간 계투로 나오고 있는 윤근영이 세모 선수로 분류된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코칭스태프에서 경기 전 사전 출전선수 명단 제출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뤄진 탓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해프닝이라기에는 너무 아찔했다. 윤근영이 내려가자 한화는 마무리투수 송창식을 부랴부랴 투입했다. 송창식이 8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수확하며 팀 승리를 지켰지만 자칫 역전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당초 예정보다 빨리 올라온 송창식은 36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소모해 연투가 쉽지 않아졌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팀이 6연패로 2할대 승률까지 추락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기본을 확인하지 못하며 자칫 더 큰 위기를 초래할뻔했다. 가까스로 연패 탈출했지만 뒷맛은 그리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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