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아케이드산업, 국내선 해결책이 없나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06.28 10: 39

지난 2005년 1조 원(9655억 원)에 육박했던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 산업 발전을 장려해야 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오히려 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고, 보다 못한 법원이 산업을 장려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방향타가 망가진 배처럼 이리저리 표류하면서 과거 흥행했던 대본소 문화의 몰락처럼 점차 국내 시장에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대치동 컨벤션디아망에서는 국내 카지노 게임기 전문 생산업체 하이다코가 신제품 발표회를 갖고 해외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하지만 실상을 둘러보면 속이 쓰라릴 수 밖에 없다.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시장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해외진출 이기 때문.

국내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급격하게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사행성 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내수시장이 대폭 축소됐고, 성장 동력을 잃으면서 통계적 수치와 현실사이의 괴리감도 저점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0년 715억원 2011년 736억원 2012년 765억원(예상) 2013년 791억원(예상)으로 미비하게 회복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행화대한 우려로 엄격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후발 주자인 모바일게임에도 확연하게 밀리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2010년 3167억원, 2011년 4236억원, 2012년 6328억원, 2013년 9180억원(예상)을 예상하고 있지만 1조원 돌파가 유력하며 3년안에 3조원 돌파가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을 정도.
이런 상황에서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위축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볼멘 소리는 공허한 아우성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월 28일 대법원은 등급분류거부취소 소송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등급을 거부하면서 3년이상 보류됐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인 고스톱, 포커, 카드게임 등 아케이드 게임회사인 에프투시스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네가지 게임 중 현재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고스톱게임에 불과하다.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에서는 심의절차를 고집하면서 대법원의 판결 결정마저 묵살해버렸다.
제작사인 에프투시스템에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분쟁을 원치않는 '울며 겨자먹기' 방식으로 등급분류 절차를 밟는 한 편의 희극이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통상적으로 심의를 내는 기간이 15일임에도 불구하고 게임기를 제출한지 30~40일 넘도록 게임기의 전원조차 올리지 않는 것이 드러나 고의적으로 산업발전을 막고 있음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아케이드 게임제작자 단체인 (사)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강광수 회장은 "이미 업계를 우습게 알고 권력을 맘대로 휘둘러온 게임위입니다. 맑은물 한 컵에 먹물 한 방울만 떨어져도 탁한 물이 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위 직원 단 한 명도 게임물관리위원회로 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지난 7년간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지난 7년간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들은 등급분류 신청을 해놓고 전문연구원의 결정에 목을 매고 있었다.
수십일 넘게 게임기를 켜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간을 끌 수도 있고, 명확한 심의기준이 없다 보니 전문연구원이 '이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니 좀더 확인해보겠다'고 하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 전문연구원의 영역인 것이다.
또한 그들 맘에 들면 제작사에 알려 문제점을 수정 보완할 수도 있고 맘에 안 들면 그대로 숨겨놨다가 심의에 상정한 후 '문제 있음을 확인했습니다'라고 하면 그 어떤 심의위원도 통과해줘야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전문연구원과 심의위원 사이에서 이뤄지는 등급분류 시스템인 것이다.
좀더 심각하게는 문제가 있는 것을 심의위원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한 게임당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심의시간 동안 그 문제를 발견하여 지적할 심의위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거 그런 과정속에서 등급 거부되었던 게임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모두 승소하여 등급거부취소결정을 받았는데 또 다시 2달 반을 넘기고 있다. 이에 제작사는 등급을 내준다면 순탄하게 마무리하려 했는데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며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에프투시스템측은 내달 1일부로 변호사를 선인해 그 동안 입은 피해 약 30억 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등급거부취소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된지 4개월이 되도록 등급거부를 취소하지 않고 있는 게임위에 대해 부작위 및 손해배상 청구, 그리고 대법원 결정된 게임에 대해 거짓 변명을 일삼으며 고의로 심의를 지연하여 제작자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전문연구원에 대해 업무방해 및 개인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해도 갈 길이 먼 상황에서 앞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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