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DNA' 이건욱, SK 마운드 밝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2 06: 58

“1차 지명은 정말 예상 못했어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SK의 2014년 신인지명회의 1차 우선 지명을 받은 이건욱(18, 동산고)은 당초 1차 지명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건욱은 “인하대 박민호 선배가 저보다 신체조건도 좋고 사이드암이시지만 빠른 공도 던지시고… 먼저 지명되실 줄 알았죠”라고 겸손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건욱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SK의 선택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는 평가다.
이미 2학년 때인 지난해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였던 이건욱이다.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강한 인상을 심기도 했다. 당시 한 스카우트는 “지금 프로로 간다고 해도 충분히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재목”이라고 했었다. 오랜 기간 이건욱을 지켜본 SK의 선택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김광현 이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졸 투수를 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학년 때는 조금 부진했다. SK 스카우트 팀도, 이건욱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러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욱은 “1학년 때는 아팠는데 2학년 이후로는 아파본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올해 부진에 대한 진단도 냉철하다. 이건욱은 “작년보다 운동은 훨씬 더 많이 했다. 그런데 힘이 조금 들어가더라. 제구가 잘 안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스카우트 팀의 분석과 일치한다. 그만큼 교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목표는 소박하다. 신인왕, 몇 승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1군 엔트리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만큼 프로의 벽이 높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명확한, 그리고 뜬구름을 잡지 않는 목표 설정은 빠른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건욱은 제구를 최대 과제로 삼았다. 이건욱은 “일단 제구력을 향상시켜야 할 것 같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SK 입단에 대해서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이건욱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SK 팬들의 환영 여론이 뜨겁다라는 질문에 “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SK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안산 출신으로 동산고에 진학했던 이건욱은 SK의 왕조 건설을 직접 두 눈으로 지켜봤다. 이건욱은 “이런 팀에 가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이야기했다.
SK는 이건욱을 향후 10년 이상 팀 마운드를 책임질 재목으로 보고 있다. 급하지 않게, 차분히 만들어간다는 심산이다. 프로라는 꿈을 이뤘으니 생각나는 사람도 많다. 이건욱은 “감독님, 선·후배들, 그리고 위재영 코치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하면서 “부모님, 그리고 형한테도 고맙다. 나 때문에 부모님이 형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썼다”라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색다른 ‘수상 소감’이다.
이제 프로선수가 되기 직전이지만 팀 에이스다운 책임감은 잊지 않는다. 이건욱은 “고등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이상하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 대회가 세 개(청룡기·대통령배·전국체전)가 남아 있다. 고교 생활이 얼마 안 남았는데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면서 깨끗하게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스의 책임감이다. SK가 ‘에이스 DNA’가 흐르는 대어를 건져 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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