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출발, 동양인 빅리거와 비교하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6 10: 12

마지막 경기가 아쉽기는 했지만 그 한 경기가 뛰어났던 전반기 성적을 모두 가리지는 못한다. 분명히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전반기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류현진보다 한 발 앞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하나의 목표가 됐던 동양인 빅리거들의 출발과 비교하면 어떨까. 역시 손색이 없는 성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류현진은 MLB 진출 첫 해인 올 시즌 전반기 18경기에 출전해 7승3패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좀 더 힘을 냈다면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부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다저스 선발진에서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더불어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류현진이었다.
아직 후반기까지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이기 때문이다. 후반기 몇몇 관건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면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수와 3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200이닝은 충분히 사수할 수 있는 목표로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류현진에 앞서 MLB에 진출했던 동양인 빅리거(다르빗슈 유, 이와쿠마 히사시, 천웨인, 구로다 히로키)의 첫 해 전반기 성적은 어땠을까. 팀과 개인 사정에 따라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 류현진의 성적은 평균적이라고 할 만하다. 일단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선수는 다르빗슈였다. 다르빗슈는 지난해 전반기에만 10승(5패)를 거둬 지난해 천웨인(7승5패)과 2008년 구로다(5승6패)를 압도했다. 류현진은 7승으로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평균자책점은 류현진(3.09)이 가장 좋았다. 다르빗슈는 3.88, 천웨인은 3.93이었다. 지난해 전반기 15경기 중 선발로는 딱 1경기에 나섰던 이와쿠마는 4.84였다. 물론 세 선수는 모두 아메리칸리그 소속이라는 점에서 류현진보다 불리하다. 그러나 보통 양 리그를 오고간 수준급 투수들의 평균자책점 차이는 1~1.5점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류현진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다저스에서 MLB 무대에 데뷔한 구로다(3.43)에 비해서도 류현진이 좋다.
탈삼진은 다르빗슈가 112개로 압도적인 1위였다. 류현진은 93개, 천웨인은 78개, 구로다는 62개였다. 역시 류현진이 내셔널리그의 덕을 조금 봤다고 볼 수 있지만 구로다에 비해서는 많았다. 이닝소화와 꾸준함은 류현진이 상위권이었다. 류현진은 18경기에서 116⅔이닝을 던졌다. 다르빗슈는 14경기에서 92⅔이닝, 천웨인은 17경기에서 103이닝, 구로다는 17경기에서 105이닝이었다. 완봉은 구로다가 두 차례, 류현진이 한 차례 있었다.
다만 네 선수의 사례를 보면 류현진도 대비해야 할 것이 명확하다. 다르빗슈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3.92로 조금 올라갔다. 천웨인도 4.12로 소폭 상승, 구로다도 4.14로 0.7점 가량이 뛰었다. 후반기 들어 선발로 완전 전향한 이와쿠마(2.50)만이 평균자책점을 대폭 깎았을 뿐이다. 체력적인 어려움, 그리고 상대에 분석에 어느 정도는 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이 리그에 적응하는 만큼 상대도 류현진에 적응한다. 결국 그 속도에서 앞서가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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