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WPA로 확인한 전반기 하이라이트 3장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7.17 06: 34

같은 솔로홈런이라도 1회초에 나온 것과 동점 상황인 9회말에 나오는 건 그 가치가 다르다. 1회에 친 홈런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힘들지만, 9회말 동점에 나온 홈런은 곧바로 경기를 끝내 버린다.
WPA(Win Probability Added)는 그러한 개념에서 출발한 스탯이다. 한 타석의 결과에 따라 그 팀의 승리 확률은 오르내리게 된다. 만약 양 팀의 승리확률이 50대 50인 상황에서 어떤 타자가 끝내기 홈런을 치면 단숨에 승리확률은 100%가 된다. 그러면 그 타자의 해당 타석은 .500의 WPA를 갖게 된다. 반대로 기회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마이너스의 WPA를 기록할 수도 있다. Fangraphs.com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추신수(신시내티)가 애틀랜타를 상대로 끝내기홈런을 친 장면은 WPA가 .467이었다.
투수의 경우에도 WPA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위기를 틀어막으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얻어 맞는다면 팀의 승리확률을 낮추기 때문에 WPA도 음수값을 가진다. 매 순간마다 기록된 WPA를 확인한다면 한 시즌에서 해당 선수의 결정적인 장면을 간추려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WPA를 통해 전반기 류현진(LA 다저스)의 결정적인 장면을 살펴보면 어떨까. 가장 높은 WPA를 기록했던 세 장면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지난달 2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나왔던 1-2-3 병살이다. 류현진은 1-1로 맞선 5회초 1사 만루에 몰린다. 여기서 그는 브랜든 크로포드를 상대로 땅볼을 유도, 본인이 직접 잡아 홈으로 송구를 해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하며 이닝을 마친다. 이 장면의 WPA는 .199였으니 팀의 승리확률을 대략 2할 정도 셈이었다.
두 번째는 지난달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 6회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사 만루에 몰린다. 한 방이면 승리가 날아갈 상황에서 클리프 페닝턴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 장면의 WPA는 .128이었다. 류현진은 뒤이어 윌리 블룸키스트를 뜬공으로 처리, 위기를 탈출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기록했던 WPA .127이다. 류현진은 0-0이던 2회초 무사 1,2루에 몰린 가운데 안드레스 토레스를 상대로 병살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건 류현진이 전반기 가장 높은 WPA를 올렸던 3경기 모두 본인이 승리투수가 되는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6월 25일 샌프란시스코전은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야시엘 푸이그가 결승타를 쳐 승리했고, 6월 13일 애리조나전은 류현진이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떠났지만 불펜 방화로 동점이 됐고 연장 12회 승부끝에 졌다. 그리고 4월 3일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패배를 기록한 날이다.
류현진이 전반기 기록한 WPA를 모두 합산하면 1.08이 나온다. 이 수치를 통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얼마나 팀 승리확률을 높였는가를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야수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게 가능한 스탯이라 점수가 높지 않지만, 류현진이 기록한 WPA 1.08은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2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 만큼 팀 승리확률을 높여주는 투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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