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에 빠진 안방극장, 선과 악 경계 무너졌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7.18 10: 29

선과 악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자 가장 대중적인 소재이다. 그래서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의 작품에서는 선과 악이 대립한 결과로 선이 승리하고 악이 파멸하는 권선징악의 결과가 도출되곤 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명백한 선의 입장에서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최근 안방극장 캐릭터에 변화가 일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극중 캐릭터의 변화는 급변하는 사회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에서 조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선으로 확신하고 행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악이 될 수 있다.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에서 하명근(조재현 분)은 ‘절대 악’과 ‘절대 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하명근은 평범한 형사였지만 아들의 억울한 죽음은 그를 납치범으로 만들었다. 그 누구도 결코 그를 악인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하은중(김재원 분)은 부모를 잃고, 그의 어머니 윤화영(신은경 분)은 자식을 잃고 평생을 지옥 속에서 살아간다.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마여진(고현정 분)은 6학년 3반 아이들에게 ‘레전드급 마녀’라고 불린다. 감추고 싶은 가정사를 친구들 앞에서 들춰내 상처를 주고, 스파이를 만들어 아이들을 이간질한다. 그의 행동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눈에도 마녀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선생의 아픈 대사 속에 현실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스스로 아이들의 높은 벽이 되어 아이들을 궁지로 내몰지만, 그 속에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은 마선생의 교육법은 그래서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고현정은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라며 “마여진의 행동들은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고 캐릭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는 초반부터 유을담(이종원 분)을 향한 열등감으로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던 이강천(전광렬 분)이 마침내 유을담의 죽음을 사주했다. 그의 죽음을 전하며 안타까워하는 광해군(노영학 분) 앞에서 “오랜 지우를 잃은 벗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뻔뻔하게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안겼다. 이강천은 왕과 광해군 앞에서는 한없는 충성심을 보이는 선한 인물이며 아들 이육도(오승윤 분)에게는 종교와 같은 아버지이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권세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든 없애버리는 냉혈한의 모습이 있다. 선과 악의 얼굴을 넘나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이강천의 모습은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의 성은(이수경 분)은 명석한 두뇌와 사랑스러운 미소로 남편과 시댁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여인이다. 그러나 그의 완벽함 뒤에는 연인이 있는 남자를 빼앗고 아이를 낳고도 아이와 남자를 모두 버리는 냉혈한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진상철(김다현 분)에게서 아람(박민하 분)을 빼앗아 숨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이를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진상철에게 딸에 대한 거침없는 악담을 내뱉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방송 말미에 자신의 과거를 시어머니인 장덕희(이혜숙 분)에게 들키면서 성은이 파멸의 길을 걷게 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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