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전 앞둔 홍명보, '부동의 GK'에 변화줄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8.06 06: 59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둔 홍명보호가 두 번째 시험무대를 맞았다.
홍명보 감독은 6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는 14일 열리는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한다. 지난달 동아시안컵에서 첫 선을 보인 홍명보호의 두 번째 실험이 시작되는 셈이다.
동아시안컵에서 데뷔전을 치른 홍 감독은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대회를 2무 1패로 마무리했다. 이전까지 대표팀의 과제로 지목되어온 수비 안정을 꾀했다는 점은 장점으로, 3경기 1골에 불과한 골결정력 부재는 단점으로 지적됐다. 첫 번째 실험의 뚜렷한 성과가 나온 셈이다.

첫 번째 실험(홍 감독은 '실험'이 아니라고 강조하긴 했으나)은 파격적인 선수교체와 함께 이루어졌다. 동아시안컵 23명의 소집인원 중 22명이 모두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첫 경기였던 호주전 멤버 중 9명이 교체된 멤버가 두 번째 경기 중국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안컵에서 한 번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선수는 골키퍼 이범영뿐이었다.
두 번째 실험이 될 페루전에서 홍 감독이 골키퍼 자리에 변화를 줄지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자리는 대체로 붙박이인 경우가 많다. 수비 조직력과 안정감 문제 때문에 대표팀의 제1골키퍼가 붙박이로 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정성룡은 홍명보호의 제1골키퍼 자리를 예약해놨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운재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 골키퍼 자리를 지켜온 정성룡은 부동의 수문장이다. 쉽게 교체하지 않는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정성룡이 골키퍼 장갑을 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골키퍼를 기용해볼 필요조차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대표팀이 주전 골키퍼였던 산티아고 카니사레스 대신 이케르 카시야스를 기용해야만 했던 상황처럼 '돌발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축구다.
적당한 경쟁은 선수의 긴장감을 높여준다는 점에 있어서도 한 번쯤 골키퍼 포지션에 변화를 줄 필요는 있다. 해외파가 없는 골키퍼의 경우 K리그 최고가 곧 국내 최고의 선수라는 이야기가 된다.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이지만 최근들어 그가 K리그 클래식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마냥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도 변화의 필요성 중 하나다.
브라질월드컵이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른 포지션도 아닌 골키퍼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리그 최소 실점률을 기록하며 김영광을 밀어내고 소속팀의 주전 골키퍼로 자리매김한 김승규(울산)나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최은성도 충분히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쉽게 변화를 주기 어려운 포지션인 골키퍼를 두고 섣부른 실험을 감행했다가는 고민이 더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온 '경쟁'의 틀 속에서 골키퍼 역시 예외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정성룡이냐, 제2의 선택지냐. 변화의 필요성을 두고 홍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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