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종박’, 결정력 뽐낸 이종욱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29 21: 55

“작전 수행에 의한 번트도 아니고 그냥 밀어쳐서 후속 타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팀 배팅일까? 안타가 필요할 때는 제대로 안타를 쳐야 진짜 팀 배팅이라고 생각해요”.
3년 전 니시오카 쓰요시(한신)의 미네소타 시절 진루타 2루 땅볼을 이야기하며 그는 득점권에서 안타를 쳐야 할 때는 안타를 치는 것이 진짜 팀 배팅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3년 후 부상에서 회복된 그는 2사 만루에서 주저 없이 당겨치며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클러치 능력도 과시했다. 올 시즌 사사구 출루 대신 거침없는 스윙으로 어필 중인 ‘종박’ 이종욱(33, 두산 베어스)이 ‘닥치고 공격’ 모드를 그대로 이어갔다.
왼 종아리 부상에서 벗어나 1군 엔트리에 열흘 만에 복귀한 이종욱은 29일 마산 NC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 첫 타석서 좌익수 뜬공에 그친 이종욱은 0-0으로 맞선 2회초 2사 만루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만루이기는 했으나 무사 1,2루서 오재원의 번트 실패로 인해 기세가 다소 꺾인 상태에서 잡은 기회. 아웃당하면 그냥 끝나는 타석이었다.

그런데 이종욱은 상대 선발 에릭 해커의 3구 째를 득달같이 당겨쳐 우익선상 2루타로 연결했다. 2사였던 만큼 주자들은 타격과 함께 재빨리 스타트를 끊어 모두 홈으로 들어왔고 이종욱은 수비 중계를 틈 타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이종욱은 민병헌의 좌전 안타에 홈을 밟으며 4득점 째도 올렸다. 팀은 이종욱의 선제 결승타에 힘입어 6-0 낙승을 거뒀다.
올 시즌 이종욱은 전날(28일)까지 87경기 3할1푼5리 6홈런 40타점 24도루로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 딱 하나 옥의 티를 찾는다면 3할7푼2리의 출루율. 나쁘지 않은 출루율이지만 타율과의 편차는 5푼7리로 따져보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한때 공을 오래 보는 데 집중했던 이종욱은 올 시즌 당겨칠 수 있을 때 최대한 당겨치는 스윙을 하고 있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이종욱에게 “종욱이가 가장 좋을 때는 우익선상으로 타구를 매섭게 때려낼 때다. 그 타구가 가장 날카롭다”라며 지난 시즌 당겨치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점을 아쉬워했다. 지난해 말 수석코치로 부임한 황병일 수석코치는 “부진했던 지난 시즌을 잊고 가장 좋았던 밸런스와 마음가짐으로 부담 없이 때려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재의 이종욱은 공을 오래 보려고 마침맞은 실투를 흘려보내기 보다 자기 존에 들어왔다 싶으면 주저 없이 당겨친다. 찬스 밥상을 차리는 입장이지만 기회가 오면 그도 때려낸다. 2007시즌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46타점) 기록도 뛰어넘을 태세. 득점권 타율도 3할7리로 나쁘지 않다.
니시오카의 의도적 2루 땅볼에 론 가든하이어 미네소타 감독이 “밀어쳐서 아웃되는 것이 아니라 안타를 때려내는 것이 가장 좋은 팀 배팅이다”라고 쓴소리를 한 데 대해 고개를 끄덕였던 3년 전 이종욱. 건강을 되찾고 나선 복귀 첫 날부터 이종욱은 자신 있는 공이 오자 거침없이 당겨쳤다. 야구는 따지고 보면 확실한 정답은 없는 스포츠다. 선수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팀을 위한 가장 좋은 활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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