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가 홍상수의 ‘뮤즈'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9.17 15: 51

홍상수 감독의 ‘뮤즈’, 배우 정유미를 건국대학교의 조그마한 강의실에서 만났다. 영화 ‘우리 선희’의 실제 촬영장소이기도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그 영화의 주인공을 만나니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묘한 기분에 ‘우리 선희’에 등장한 가게를 오면서 봤다고 말을 꺼내니 정유미는 강의실 앞 복도는 ‘옥희의 영화’에 나오는 곳, 또 다른 장소는 그때 그 영화에 등장했던 곳이라며 영화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홍상수 감독이 촬영 장소로 사랑하는 건국대학교에 대한 정유미의 추억이 많은 만큼 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부터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등 그가 홍상수 감독과 호흡을 맞춘 지 벌써 6번째다.
그리고 그와의 이야기가 점차 진행이 되면서 왜 홍상수 감독이 그를 ‘뮤즈’로 선택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홍상수 영화가 우리네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강한 힘을 가지듯 정유미 역시 소탈하면서도 신비로웠다. 꾸밈 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그는 ‘우리 선희’에서 ‘조금은 내성적이지만 안목이 아주 좋고 용기도 있는’ 선희 그 자체였다.

벌써 6번째의 작업에 정유미는 자신을 ‘운이 좋은 배우’라고 표현했다. 또 다시 홍상수 감독과 작업할 수 있게 된 것이 운이 좋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란 ‘선물’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그것만이 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다른 데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경험한 것과 아닌 것은 다르잖아요. 연기자로서 그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참 좋아요. 그리고 그 시간들이 이렇게 영화로 나오면 선물 같은 느낌이랄까.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관객 분들은 우리의 시간들을 영화로 보는 거고요. 새삼 ‘나는 운이 좋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그토록 수없이 홍상수 감독과 작업을 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부담이 됐다고 했다. 영화의 제목이 ‘우리 선희’이듯 정유미가 메인 타이틀롤이 되어버렸기 때문. 사실 영화는 선희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유미는 제목이 그렇게 되어버리니 조금은 부담이 됐었다고 했다.
“주인공처럼 되는 느낌이 싫었어요. 당장 주인공을 하기 보다는 홍상수 감독님과 계속 작업을 하고 싶으니까 그냥 자그마한 역할을 더 하고 싶었어요. 너무 빨리 감독님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된 것 같았죠. 다른 영화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홍상수 감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대본을 그날 아침에 전달한다는 것. 이제는 익숙해 졌겠다며 작업 방식에 대해 물으니 ‘익숙’이라기 보다는 고민하지 않고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아침에 나오는 대본 탓에 대사를 외우기 정신 없어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사실 그리 많이 하지 못한다고.
“처음엔 진짜 당황했는데 익숙한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어서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고 대신에 ‘오늘 어떤 말을 시키실까’에 대한 그런 궁금함은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날 고민하지는 않아요. 예전엔 ‘감독님, 저 어떻게 준비해야 되요?’라고 물으면 ‘그냥 아홉시까지 시간 맞춰서 와’ 이러셨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웃음). 정해져 있는 것이 시간 밖엔 없으니까요. 때문에 촬영 현장은 늘 바빠요. 대본을 손에서 놓질 못하죠. 완벽히 숙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어느덧 정유미는 연기생활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벌써 연기한지가 꽤 됐다고 운을 떼니 대뜸 비명을 지르며 그런 말은 하지 말아달란다. 아직 ‘중견’배우라는 것이 익숙지 않다며 자신은 연기할 때만큼은 늘 새롭고 싶다고 했다.
“늘 연기라는 것이 익숙하진 않아요.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하다 보니까 내가 그간 해온 것들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막상 새로운걸 할 때면 아직도 떨려요. 잠깐 ‘너무 익숙해지는 것 아냐?’라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떨쳐버렸어요. 새롭게 생각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떠오를 때가 있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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