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장 변경, 팬심 반영해주길” NC의 부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9.26 06: 53

“팬들의 성원을 보며 많이 기뻤고 감동도 많이 받았다. 전력을 키워 우리 지역 팬 여러분을 더 멋진 야구장에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 같은 잔치로 초대하고 싶다”.
통합창원시 옛 마산시 지역은 예전부터 뜨거운 야구 열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경기 당 평균 8306명의 관중동원을 보여주며 9개 구단 중 전체 5위를 차지했다. 경험 결여로 전력에 한계점도 있는 신생팀으로서 선전했고 앞으로의 더 큰 가능성도 보여줬다. 신생팀 NC 다이노스는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 모두 지금의 연고지 팬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새 야구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구두 약속과는 반대되는 현상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25일 목동 넥센전서 에이스 이재학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9회 노진혁의 결승 솔로포에 힘입어 1-0 신승을 거두고 4연패 늪에서 탈출한 NC. 경기 전 김경문 감독과 배석현 단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연패 때문이 아니라 통합창원시 측이 진해 옛 육군대학부지를 새 야구장 부지로 선택하겠다는 뜻을 계속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NC가 최적의 야구장 부지를 선정해달라는 뜻을 밝혔으나 시 측은 요지부동이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회피하는 스타일인 김 감독도 그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에서 지어지는 새 구장을 보며 부러웠다. 반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나 프로팀들조차 외면할 정도로 접근성과 시장성이 떨어지는 데다 앞으로 운영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질 고척돔을 보면 벌써부터 안타깝다”라며 김 감독은 새 야구장 계획이 강행될 시 선수단과 팬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불편함을 안타까워했다.
지역 팬들과 관계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은 것은 바로 새 부지의 접근성 때문이다. 왕복 2차선 2번 국도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출퇴근 시에는 교통체증이 심한 편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자체 측은 교통 시설 확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린벨트로 묶인 육군대학 부지의 용도 변경. 그리고 새 야구장 접근성 강화를 위한 공공재 확충 등. 건설 기간과 소요 비용을 따지면 일이 예상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교통수단이 야구장 개장에 맞춰 모두 확보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른 지역의 전례를 봐도 지하철 등 큰 금액이 투입되는 대중교통 시설이 제 때에 건립되고 공사가 시행된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 지역의 야구팬들이 새 야구장 부지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는 것 때문에 NC도 시의 계획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NC 구단의 모기업은 게임 리니지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IT 업체. 팬 몰이를 위한 혁신적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보다 편리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프로야구도 야구라는 산업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응원 문화 등을 팬들에게 전파하는 서비스업. 그저 지나쳐갈 수 있는 이용자(User)가 아니라 단골이 될 고객(Customer)을 더욱 많이 불러오기 위해서 팬심 읽기는 구단 존재를 위한 필수 요소다. 지난 1월31일 선택 부지가 어떤 곳인지 첫 번째로 공개되었을 때도 NC가 “마산에 남고 싶다”라고 한 데는 연고지의 뜨거운 팬심이 가장 큰 이유였다. 현재 쓰고 있는 마산야구장 리모델링에 100억원 가량을 투자한 지자체가 큰 도움을 준 데 고마워했던 NC지만 무엇보다 팬들조차 불편함에 지쳐 외면할 가능성이 큰 곳에 새 집을 얻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답답할 따름이다. 많은 팬들께서 마산 야구장을 찾아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독으로서 많이 뿌듯했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신생팀이라는 꼬리표도 떼는 만큼 4강 진출이라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더욱 절차탁마하고자 한다. 그런데 교통 시설이 아직 확실하게 갖춰지지 않은 곳에 새 구장이 지어진다면 팬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많이 찾아오실 수 있겠는가”.
선수단 야수진의 맏형이자 든든한 4번 타자가 된 이호준은 시즌 개막 전부터 “타 팀으로 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팬들이 아군이 된다는 자체가 든든하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2016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한 새로운 곳에서 제대로 된 팬 몰이를 하지 못한다면 결국 큰 힘을 얻지 못한다. 롯데의 제2 홈구장이 아닌 NC가 제대로 된 연고팀이 되었다는 데 팬들도 많은 성원을 보냈고 NC도 그 지역의 집토끼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팬심 마저 등을 돌린 통합창원시의 계획이 관철된다면 최악의 경우 집토끼 NC가 새 집을 찾아 떠나는 토끼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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