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구암 허준’, 시청률 불모지서 이룬 절반의 성공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9.28 08: 24

MBC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일일 사극 ‘구암 허준’이 장렬하게 종영했다. 그간 시청률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오후 9시 시간대에서 비교적 높은 시청률과 배우들의 호연, 수준 높은 대본과 연출로 호평을 얻은 이 드라마에 대해 명백하게 성공과 실패로 나뉜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실패했다고 보기엔 많은 것을 이뤘고, 성공했다고 보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구암 허준’은 숭고한 인간애와 불멸의 업적으로 길이 추앙받고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저자 허준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동양의학의 세계를 극화한 작품. 1975년 드라마 ‘집념’부터 시작해 1976년 영화 ‘집념’, 1991년 드라마 ‘동의보감’, 1999년 드라마 ‘허준’에 이어 14년 만에 제작된 다섯 번째 허준 소재 극이다. 지난 3월 18일 첫 방송된 후 지난 27일 종영까지 무려 135부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안방극장을 책임졌다.
김주혁이 아버지 故김무생의 뒤를 이어 허준 역을 맡은 것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편성으로도 화제가 됐다. 보통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등과 같이 주중 이틀씩 편성됐던 사극을 30분짜리 일일드라마로 편성한 것. 게다가 드라마를 ‘8시 뉴스데스크’가 끝난 후인 오후 8시 50분대에 투입하는 것 역시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허준 소재의 작품은 그간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왔다. 마지막 리메이크 작이었던 1999년 ‘허준’은 시청률 62%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을 정도. MBC가 9시대 일일 사극이라는 초강수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도 늘 시청자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허준 소재 작품의 보장된 인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극본을 맡은 최완규 작가는 1999년 '허준'의 신화를 이룬 주역이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구암 허준’은 방송 초반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방송에서 6.7%를 기록하더니 두 달 동안 하락과 반복이 계속되며 5%의 낮은 수치까지 떨어지기 시작한 것. 동시간대 경쟁자가 평균 10% 중·후반대의 높은 시청률로 고정시청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KBS 1TV ‘뉴스9’이란 점이 초반 고전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됐었다.
그렇게 가라앉아 가는 듯 보였던 ‘구암 허준’은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시청률이 눈에 띄게 오르더니 7월부터 두 자릿수 대 시청률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최고시청률은 지난 4일 방송된 120회 분이 기록한 11.8%.
일단 '구암 허준'은 그 시간대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뉴스9'와의 경쟁에서 비교적 선전하며 자신만의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시청률 뿐 아니라 주연배우 김주혁의 살아있는 연기력과 최완규 작가의 수준 높은 대본 역시 고정 시청자들의 쏟아지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흥행 보증수표 허준 소재 작품 치고는 그다지 높지 않은, 평범한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MBC의 파격적인 편성을 아직 '절반의 성공'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암 허준' 후속으로는 백제 무령왕의 딸 수백향의 일대기를 다룬 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이 방송될 예정이다. '수백향'이 '구암 허준'이 터를 닦아 놓은 자리에서 '뉴스9'을 이기고 흥행의 절정을 이룰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수백향'은 오는 30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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