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감자별’ 김병욱 월드, 또 다시 스펙사회를 논하다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3.10.01 07: 29

김병욱 PD가 2년여만의 신작 ‘감자별’을 통해 또다시 냉혹한 '스펙 사회'를 조명했다. 오마주다. 전작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이 3류 서운대 출신이란 꼬리표에 열등감을 느끼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백진희가 씁쓸한 청년백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88만원 세대‘를 대변했던 것처럼. 하연수는 회사의 혁신 경영 덕분에 채용됐지만, 대졸자 사이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고졸 출신자의 비애를 그렸다.
지난 달 30일 오후 방송된 tvN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에서는 스카이 콩콩에 무급인턴으로 채용된 나진아(하연수 분)가 자신을 향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첫 출근에 나선 진아는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무리해서 출근을 감행했다. 언제 정직원이 될 지도 모르는데, 무급 인턴마저 잘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오바이트까지 하면서도 그는 애써 웃으며 현실과 마주했다. 

진아의 동기들은 “전 고대 영문과 나왔어요” “저는 이대 시각디자인이요”라며 자신들의 출신대학을 밝히며 통성명했다. 이때 한 인턴이 “우리 기수에 고졸자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다른 인턴들은 “설마요. 지방대 우대얘긴 들었어도 다른 인턴들 사기도 있는데”라며 고졸자를 채용한 회사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대화에 철저히 소외당한 진아. 그는 “어디세요?”라는 질문에 “전데요”라고 답했다. 상대가 “전남대? 전북대?”라고 반문하자, 진아는 자신이 고졸출신의 채용자임을 밝혔다. 이어 지난 5년간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했음을 솔직하게 덧붙였지만, 진아의 고백으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어색해졌다.
급기야 노민혁(고경표 분)과 오이사(김광규 분)는 고대출신 인턴과 고졸출신 진아의 능력대결을 실시했다. 민혁은 진아가 질 경우 ‘고졸 출신이 역시 그렇지 뭐’라는 평가를 받으며 동기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진아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주인공이 극적으로 승리하는 만화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진아는 외국인 바이어와의 대화를 통해 부족한 영어실력을 여실히 드러냈고, 판매량을 측정하는 영업력에서마저 이웃사촌과 친지의 인맥을 총동원한 고대출신 인턴에게 완패했다. 진아는 반칙이라고 호소했지만, 고경표는 “진아씨는 그런 인맥도 없나. 영업의 핵심은 누구한테 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파는지가 중요한거다. 무능하면 열정도 민폐다”라고 독설했다.
결국 진아는 마지막 대결이 끝나기도 전에 쓰러졌다. 아픈 몸으로도 잘 싸웠다고 박수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싸워서 진 것 그 뿐이었다. 스펙을 뛰어넘겠다고 했지만, 열정과 의욕만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김병욱 PD는 현실적인 대사와 상황을 통해 냉혹한 스펙사회의 벽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정직원이 되기 위한 진아의 도전과 시련은 계속될 것이다. 세렝게티 초원같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진아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 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진아가 현실의 벽을 뛰어넘는 희열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감자별'은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멘붕 스토리를 담은 일일시트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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