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 "소지섭-공효진 대사, 피 토하며 썼다" [인터뷰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0.05 08: 10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시청률 면에서나 반응 면에서나 성공한 것에는 홍자매(언니 홍정은-동생 홍미란) 작가와 소지섭, 공효진의 시너지가 제대로 났다는 이유가 컸다.
홍자매에게는 9번째 드라마고, 재벌남이 주인공으로 나오는건 '마이걸' 이후 처음이다. '주군의 태양'으로 다시금 '홍자매 스타일'을 확인시키며 대중성을 입증한 홍자매 작가. 유일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례적으로 친 자매들이 쓰는 이 드라마들은 항상 유쾌 경쾌 사랑스럽게 보는 이를 기분좋게 만든다. 둘이 써서, 혹은 천재적이라 술술 작업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 한 신을 만드는 데 무려 5, 6시간이 걸리며 피를 토하듯 썼다고 했다.
(홍자매 작품들: KBS 2TV '쾌걸 춘향', SBS '마이걸', MBC '환상의 커플', KBS 2TV '쾌도 홍길동', SBS '미남이시네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MBC '최고의 사랑', KBS 2TV '빅', SBS '주군의 태양')

- 로코믹 호러란 장르가 새로웠다. 처음에는 귀신 때문에 무섭다는 반응도 꽤 있었는데
(홍정은)무섭다기 보다는 갑자기 귀신이 훅 튀어나오는 것을 싫어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는 안 무서워 아쉽다는 말들도. 초등학생들, 10대들의 귀신 반응이 좋았다. 평상시의 우리 드라마 보다 초반에 시청률이 좋았던 것이 넓게보면 귀신이란 장치가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홍미란) 초반에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기 힘든데 그 부분에 있어서 귀신 같은 경우는 쉬운 얘기고 특히 처녀귀신 같은 얘기들은 익숙하니까 도움이 된 것 같다. '주군의 태양'은 귀신 얘기를 놓고 로코를 끌어왔다.
- 귀신 얘기가 먼저였다는 게 놀랍다. 당연히 멜로가 먼저인 줄 알았는데
(홍미란) 로코가 많은데 차별성을 귀신으로 줬다. 여름이기도 하고, 귀신 얘기는 예전부터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마니아 드라마로 케이블에서만 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귀신 얘기에 로코를 집어넣고 접목을 해서 나온 게 '주군의 태양'이다. 귀신 에피 만드는 게 재미있다. 사실 더 많은 데 못 쓴 게 많다. 그런 에피에 로코를 씌우는게 어려웠다. 1,2회 때 귀신 에피가 별로라는 얘기가 있었다. 더 세게 갈 수 있었는데 약하게 간 건 로코와 연결하기 위해 꼬이지 않은 얘기로 누구나 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미드에서 한 회 한 회 에피에서 (귀신이)탁탁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로코와 귀신 얘기가 붙어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오를 하고 16회 끝까지 귀신이 나왔다.
(홍정은) 로코라는 장르는 배우들이 인지도와 연기력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뒤에 멜로가 시작됐을 때 기본적으로 된다는 자신이 있었다. 멜로가 한창 진행되는데 귀신이 언제까지 나올 셈이냐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귀신 얘기 자체가 로코하고 같이 섞여서 가니까 그 얘기가 없어진 것 같다. 한 회 한 회 큰 줄기의 귀신 얘기를 멜로와 함께 풀어가고자 했다.
(홍미란) 장르배합을 하는데 있어서 귀신이라고 하면 틀이 나오기 좋은게 수사물이라든가 병원이란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로코하고 같이 가야 했다. 사장님이 귀신을 쫓아다녀야 했기에 공간 설정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여자만이라도 형사라든가 간호사면 쉬웠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귀신 쫓아다니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틀 자체를 만들고 그 안에 집어넣는게 힘들었다.
(홍정은)일본식 드라마 같이 생각을 하면 여비서가 호텔에 생긴 에피소드를 해결하는 그런 식의 에피 형식도 있는데, 그 쪽으로 가면 큰일난다고 생각했다. 또 멀더나 스컬리('엑스파일')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처음에는 주위의 우려가 컸다고?
(홍정은) 처음 기획하고 만들 때는 우려도 컸다. 과연 '귀신이 될까'란 걱정도 많았고 수위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대한 고민도 컸다. 영화 '링' 귀신처럼 아주 무섭게 만들까, 혹은 멀쩡한 사람처럼 안 무섭게 할까, 아니면 옛날의 '전설의 고향' 같은 귀신은 어떨까. 여러 열려있는 가능성에서 로코하고도 어울리고 대중성도 고려해 수위를 조절했다. 막내 동생이 처음에는 '이렇게 무서우면 안 본다'고 소리질렀었는데 방공호부터는 참고 보더라. 많은 가능성을 갖고 얘기를 짰기 때문에, 초반에 귀신이 '시시하다', '신파다' 이런 얘기도 많았는데 하나 하나 감독님과 다 계산하고나온 것들이었다. 사연을 꼬을 수도 있고 무섭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뽑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강하고 자극적인 그림에 익숙하지만 초반에 좀 심심하더라도 훈훈한 얘기로 가자고 생각했다. 우리 성향 자체가 자극적이고 센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 가장 애착이 가는 귀신은?             
(홍미란) 다 그렇지만 이재용 선배 에피. 트랜스젠더 성 정체성 이야기였다. 선배님이 안 해주셨으면 그 회차는 감히 하지 못했을 거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빠듯하게 어렵게 출연해주셨다.
 
(홍정은) 쓸 때는 쉽게 썼지만, 스태프들이 가장 긴장한 것은 개귀신이였다.
- 드라마를 보고 유난히 설렌다는 반응이 많았다
(홍미란) 드라마 텐션이 '난 당신같은 사람 싫어요'가 아니라 '완전 좋아요'로 막 만지며 시작해서 점점 정말로 좋아지니 갑자기 조심하지 않았나, 그게 새로웠던 것 같다.
(홍정은) 두 배우가 감질나게 하는게 있었다. 멜로를 정말 잘 하는 배우들이었다.
- 소지섭이 단연 난리였다. 본인들이 쓰고도 소지섭이 멋있다고 생각한 적 있나?
(홍미란) 주군 캐릭터는 대놓고 왕이라고 나 멋있다는 캐릭터니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 태양도 사랑스럽게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주군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남자여야 했다. 여자도 음침해도 빛나는 태양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멋있게 나와야 할 때는 그냥 '멋있게 나왔구나'라는 생각은 하지. '확인'을 하는 거다.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된 게 있고 아닌게 있어서 확인하는 차원이다.
(홍정은) 사실 시청자 마인드로 드라마를 보지 못한다. 항상 소품 하나 대사 하나 되게 거슬리게 본다. 재미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감만 있다. 객관적인 다른 평가는 동생이나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안다.
(둘 다 )다른 드라마를 볼 땐 안그렇다.
- 드라마에 유난히 유행어가 많다. 일부러 쓰는 건가.
(홍미란) 캐릭터를 잡고 가면 고정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 캐릭터를 특성화시킬 수 있는 단어를 넣기도 한다.
(홍정은) 미리 만들어놓는 건 아닌데 계속 쓰면 도움이 되겠다란 단어들이 있다. '환상의 커플' 때는 '꼬라지'를 넣으면 캐릭터에 좋겠구나 생각해서 넣었고, '최고의 사랑'의 '극뽁' '충전'도 일부러 넣으려고 한게 아니라 캐릭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서 나중에 더 많이 넣은거다. 만들고 싶다고 만든 게 아니다. 하다보면 강한 대사들이 있다. 그것들이 캐릭터와 맞으면 더 쓰게 된다. 캐릭터가 중요한 드라마니 강한 대사가 필요하다. 대놓고 한다고 되면 개그맨이게요. 
- 소위 '대사빨'이 홍자매 드라마의 한 스타일이다. 어떻게 작업하나?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두 사람의 작업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홍미란) 파트를 나눠서 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계속 계속 만든다. 재미있어 질 수 있게. 예를 들어 우동도 그냥 우동이 아니라 국물에 들어간 뚱뚱한 우동 이런식으로. 계속 '재미없지 않아?' 이렇게 상의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계속 고민한다. 주군의 경우 웃기고 위트있게, 상대를 비꼬고 갈궈줘야 하는데 평범한 대사는 안 됐다. 사실 대사를 만지는 게 상당히 힘들다.
(홍정은) 정보 전달 신은 되게 쉽게 쓰다. 우동을 먹으면서 '나를 게속 생각해' 라는 식의 의미있는 신이라는게 있다. 그런 신은 계속 얘기를 한다. 우리 둘 다 남자주인공이 느끼해지는게 싫다. 사랑 고백도 갈구는 게 좋다. 그런 대사들을 계속 꼬아 주면서 하고 중원이라는 캐릭터가 '사랑해'라는 말을 쉽게 하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사쓸 때 한 신 쓰는데 5~6시간이 걸린다. 중원은 항복하지 않고 자기 논리를 펼치는 인간인데, 결국 자기 마음 하나 컨트롤이 안 되서 정리를 계속 하는 사람이다. 그 얘기는 정보전달이 아니기 때문에 대사 만드는게 힘들다. 캐릭터가 말을 잘 해야지만 재미있다. 까칠한 캐릭터들이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 둘이 애기를 많이 했다. 독고진이 '감자', '띵똥'과 얘기를 많이 했지만 중원 같은 경우는 공실 앞에서 주로 얘기를 했다. 둘이 계속 자신의 감정을 서로 얘기한 것이다. 주군도 대놓고 애기하고 공실도 얘기하고. 공실이도 중원에게 진 적은 없다. 주군이 결국엔 공실한테 말렸지. 쉽게 쓰는 것 같다고? 이런, 피를 토하면서 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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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 태양' 포스터, 스틸, 홍자매(왼쪽 홍미란-오른쪽 홍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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