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4연속 1차전 패’ 두산, 어떻게 극복할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0.09 06: 29

2011년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1년의 공백이 있으나 4연속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다. 두 번은 전세를 뒤집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한 번은 단 1승만 거두고 그냥 고꾸라졌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일까지 순위 경쟁을 펼쳤다는 점도 피로도에 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 내상이 큰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두산 베어스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산은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9회초 2사에서 터진 정수빈의 동점 2루타로 3-3까지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9회말 이택근에게 끝내기타를 내주며 결국 3-4로 뼈아픈 첫 경기 패배를 떠안았다. 두산은 지난 2009~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모두 1차전을 내줬으나 각각 전적 3승1패, 3승2패로 뒤집기에 성공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지난해에도 1차전을 내준 뒤 결국 3차전만 승리하고 1승3패로 시즌을 마쳤다.
2009년 3위로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은 잠실 1차전서 상대 선발 조정훈의 7⅔이닝 5피안타 2실점 호투에 막혀 2-7로 패했다. 그러나 이튿날 2차전서 좌완 선발 금민철(넥센, 공익근무 중)이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균형을 맞췄고 3차전 홍상삼-4차전 김선우의 호투에 이은 김현수-김동주의 폭발적인 파괴력을 앞세워 SK와의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엇다.

2010년은 더욱 극적으로 올라섰다. 잠실에서의 1,2차전 그해 홀드왕(23홀드)인 정재훈이 연이틀 결정적인 홈런들을 내주며 각각 5-10, 1-4로 패했다. 마무리 이용찬의 이탈로 계투진이 근근이 버티던 상황에서 믿을맨 정재훈의 붕괴로 인한 2연패는 컸다. 두산 팀 분위기도 더없이 암울해보였다. 그런데 3차전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좌완 레스 왈론드가 팀원들을 깨우는 ‘WHY NOT' 문구를 쓴 뒤 3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구원 쾌투를 펼치며 6-5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4차전서 용덕한(현 롯데)의 3안타 맹타, 정수빈의 쐐기 스리런으로 11-4 대승을 거둔 뒤 5차전도 11-4로 승리하며 3승2패로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되었다.
반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는 두산에게 악몽과 같았다. 2010년 정재훈의 데자뷰처럼 그해 필승 셋업맨이던 홍상삼이 1차전 박준서에게 투런, 2차전 용덕한에게 결승 솔로포를 내주며 각각 5-8, 1-2 패배를 맛보았다. 3차전서 7회 윤석민-오재원-이원석의 연속타점으로 7-2 승리를 거둔 뒤 4차전서 김선우의 5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8회까지 3-0으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계투를 자청한 더스틴 니퍼트가 동점 3실점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고 연장 10회 마무리 스캇 프록터의 폭투에 이은 포수 양의지의 악송구가 겹치며 3-4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뒤집기 명수였던 두산이 그냥 패한 순간이다.
시리즈를 돌아보면 확실한 차이점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9~2010시즌에도 두산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오히려 전체적인 선수들의 몸 상태는 현재보다 나쁘면 나빴지 더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가을야구 1라운드에서 쉽게 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코칭스태프는 결과를 얻기 위해 다소 무리한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주저 없이 승리 카드를 출격시켰고 2009년에는 금민철, 후안 세데뇨, 2010년에는 왈론드 등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좌완들이 시리즈 향방을 두산 쪽으로 기울이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는 외부에서도 투수 운용에 대해 갸웃거리던 시각이 많았다. 한 원로는 “기복이 있는 투수인 홍상삼에게 연이어 과한 부담이 주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 투수 교체 타이밍이 이상하다. 마무리라던 프록터는 아껴뒀다가 어디다 쓰려고 하나”라며 악평했다. 이번 1차전서도 포스트시즌 초보인 윤명준과 2010년 아픔을 겪었던 정재훈에게 꽤 큰 부담이 주어졌고 결과는 패전으로 다가왔다.
2012년이 타선보다 강한 선발을 앞세운, 그동안 두산과는 거리가 멀었던 팀 컬러였다면 지금은 2009~2010시즌과도 비슷한 강력한 야수진을 갖췄다. 거포 무게중심은 떨어진 편이지만 대신 전체적인 힘은 좋은 편이다. 1차전서 수비 실수가 나온 것도 패인 중 하나지만 우천에서 내야 흙이 미끄러워진, 그리고 익숙지 않은 인조잔디에서 수비를 펼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치열한 순위 경쟁 끝 여독을 품은 두 팀의 대결에서 패전을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두산에 안 좋은 결과다.
야구는 알 수 없다. 1차전을 내준 것은 뼈아프지만 2009~2010년 좌완의 맹활약이 팀을 살린 것처럼 2차전 선발로 나서는 유희관이 쾌투로 팀을 살릴 가능성도 있다. 기대를 밑돌던 데릭 핸킨스가 3년 전 왈론드가 그랬듯 ‘WHY NOT'을 제창하며 릴리프로서 환골탈태, 빼어난 투구를 펼칠 수도 있다. 야수진은 확실히 강한 힘을 갖추고 있어 반등 가능성도 충분히 잠재한다. 그러나 김 감독이 지난해 시리즈 패배의 전철을 이번에도 밟는다면 더 큰 폭풍우가 몰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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